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넘어진 자리마다 꽃이 피더라 - 이종선

튼씩이 2019. 6. 2. 09:39




힘든 일을 겪으면서 세상의 귀한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참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너무 미련하지 않은가. 그간 그 많은 사람들이 이미 겪고 나서 '그렇더라'. 하던 그 많은 후회와 부탁의 호소들이 책마다 그렇게 넘치는데, 그걸 굳이 또 내가 직접 겪고 나서야 안다는 건 '미련한 것' 맞다. (중략)

다시 산다면,

나는 다시는 그렇게 한쪽에다 시간을 몰아 쓰지는 않은 테다.

나누기를 잘하며 그때그때 사람답게, 그때그때 행복하게 살거다.

이게 내가 이번 생에 배운 것 중, 가장 큰 것 하나다.  - 31쪽 -


낙숫물이 떨어질 때, "떨어져야지!" 작정하며 떨어지지는 않는다. "기필코 저 바위를 뚫어야지!" 하는 욕심도 없다는 것이다. 바라는 것 없이 그냥 무심하게, 그러게 한결같이 그저 떨어질 뿐이다.  - 59쪽 -


뭔가 큰 결정을 하기 전에 해야 할 것은 '두 눈을 크게 뜨는 것'이다. 그렇게 제대로, 다, 속속들이 잘 봐야 한다. 그러나 뭐든 결정하고 나서 그때부터 두 눈을 크게 뜨기 시작하면 인생은 불행의 연속이다. 결정했다면 지금부터는 한 눈을 지그시 감아야 한다. 그렇게 반만 보아야 한다. 그래야 덜 아프다.  - 121쪽 -


말들이 참 짧다. 자신이 들으면 아플 그 말을 남에게는 참 쉽게 한다. 마치 두 살배기 아이처럼.  - 129쪽 -


사과하기.

그리 간단하지도, 쉽지만은 않은 일.

때로는 분명히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중 으뜸인 듯.  - 131쪽 -


내 마음을 제대로 알고 나를 기쁘게 해주기.

나를 아프지 않게 돌보기.

나에게 근사한 사람으로 보이기.

내 마음에 귀 기울이기.  - 151쪽 -


때로는 결단이 필요하다.

다 참고, 다 이해하고 가는 것만이 최선은 아닌 순간들이 온다.

접을 거면 애초에 접어버리든가, 아니면 내게 좀 버거워도 끝까지 가든가. 그것을 제대로 구분할 때가 제대로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 158쪽 -


내 그릇의 크기를 제대로 알고,

혹여 아쉬워도 인정하고,

부족하지 않게 채워도 보고,

넘치지 않게 비워도 보고,

그러면서 알게 되는 내 그릇 찾기,

어쩌면 그 하루하루가 인생인 것 같다.  - 164쪽 -


흔히 우리는 어떤 여행지에 갈 때, 그곳에 대한 온갖 정보를 수집하고, 컨디션 조절에 때로는 예방접종도 빼먹지 않는다. 어쩌면 결혼은 가장 의미 있는 여행, 그것도 처음 가보는 여행인데, 결혼 준비는 그렇게 꼼꼼하게 하지 않는 것 같다. 기대와 낭만으로 가득 차 있을 뿐, 자신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별로 주의 깊게 살피지 않는다.

결혼생활이라는 것,

받을 게 더 많을까, 주어야 할 게 더 많을까, 차지할 게 더 많을까, 양보해야 할 게 더 많을까. 그 계산을 잘못하면 시작부터 낭패다. 두고 두고 마음고생이다.

결혼 후에 '좋은 부모 되기 학교'에 가는 것보다 '좋은 부부 되기'가 천 배는 더 중요하다.

좋은 부부가 이미 좋은 부모니까.  - 185쪽 -


부부 싸움은 싸움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방식' 때문에 심각해진다고 한다. "집에서 하는 게 뭐 있어?", "무슨 떼돈을 벌어 온답시고."를 시작으로 하는 비난과 경멸, 방어와 담쌓기 4가지를 다 하면 거의 이혼하게 된다고 한다.  - 188쪽 -


왜 사냐고 누가 내게 묻는다면,

어제의 나보다 조금씩 세상을 알게 되고,

조금씩 더 나아지는 나와 대면하는 것,

그게 내가 오늘을 사는 이유다.  - 243쪽 -


도시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문전박대를 당하는 작가를 보며 마음이 아팠고, 나도 결혼을 준비할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되돌아보며 반성도 해 보고,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잘 대해 주자는 다짐도 해 보며, 어제의 나보다 더 나아지는 나를 만나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