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피곤하거나 술에 취하여 정신없이 쓰러져 잘 때는 ‘곤드라졌다’ ‘군드러졌다’ 또는 ‘곯아떨어졌다’는 말로 표현한다. ‘곯아떨어졌다’는 말 그대로 술을 너무 마시거나 피곤해서 속이 곯아 쓰러졌다는 뜻이다. 사람이 곯아떨어져 자게 되면 대개는 코를 골게 마련인데, 코를 고는 모양이나 소리는 ‘곤드레’ ‘곤드레만드레’ ‘드렁드렁’ ‘드르렁드르렁’ ‘드릉드릉’ 같은 어찌씨들로 나타난다. 앞의 둘은 모양, 뒤의 셋은 소리를 나타낸 것이다. 자는 체하느라고 일부러 고는 코는 헛코라고 한다.
‘소록소록’은 아기가 곱게 자는 모양을 뜻하는 것으로 어릴 때 배운(‘들은’이 아니라) 자장가에 나오는 말인데, 눈이나 비가 보슬보슬 소리 없이 내리는 모양도 ‘소록소록’으로 표현한다. ‘새근새근’은 어린아이가 곤히 잠들어 조용하게 숨 쉬는 소리, ‘색색’은 숨을 고르고 가늘게 쉬는 소리를 나타낸다. 그런데 이 두 낱말이 크고 센 말로 바뀌면 거칠고 가쁘게 숨 쉬는 소리 ‘씨근씨근’과 ‘씩씩’이 된다. 그리고 ‘새근새근’과 ‘색색’은 잠들었을 때의 상황이지만, ‘씨근씨근’과 ‘씩씩’은 그렇지가 않다. 잠든 사람은 절대로 이런 숨소리를 낼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씩씩’은 화가 났을 때 숨 쉬는 소리를 나타내는데 ‘씩씩거린다’는 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화가 났을 때 “아이구 끓는다 끓어” 한다거나 “화를 끓인다”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화는 속에서 끓는 것이고, 끓게 되면 물이 끓는 주전자가 씩씩 소리를 내듯이 사람도 씩씩 끓는 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다. ‘씩씩’은 숨소리라기보다는 속이 끓는 소리인 것이다. “화를 끓인다”는 말은 화를 시원하게 풀지 못하고 혼자 끙끙거린다는 뜻이다. 주전자는 물을 끓이지만 사람은 화(火), 즉 불을 끓인다. 사람, 알고 보면 참으로 대단한 존재다.
곯아떨어지다 (동) ① 몹시 곤하거나 술에 취하여 정신을 잃고 자다.
② 크게 손해를 입거나 낭패를 당하다.
쓰임의 예 – 간밤엔 빈속에 몇 잔 들이켰더니 정신없이 곯아떨어졌던 것이다. (서기원의 소설 <조선백자 마리아 상>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소록소록 – 아기가 곱게 자는 모양. 또는 눈이나 비가 보슬보슬 소리 없이 내리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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