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들이 이십대에는 아내, 삼십대에는 마누라, 사십대에는 여편네, 오십대에는 할망구라고 부르는 가정의 수호천사’가 아내라는 존재라고 이외수는 『감성사전(感性辭典)』에 썼다. 육십대 이후에는 계속 할망구로 밀어붙인다고 치고, 십대에 결혼하는 사람도 있는데 십대의 남편은 아내를 어떻게 부를까. 아마도 남에게 말할 때는 ‘걔’가 아닐까. 직접 부를 때는 ‘야’가 될 것이고.
아내의 말밑(語源)은 ‘안해’이고 ‘안해’는 ‘집안의 해와 같은 존재’를 뜻한다고 한다. 그러면 아내를 무서워하는 공처가(恐妻家)들은 체질이 원래 햇빛을 피하며 살아가는 야행성(夜行性)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처가가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면 애처가(愛妻家)들은 주광성(走光性)의 체질이라는 얘기가 되나. 아내를 안주인, 남편을 바깥주인이라고도 하는데, 생각해 보면 남편이란 참 허깨비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모든 것이 다 있는데 아무것도 없는 바깥에서 주인 행세를 하고 있으니, 도대체 무엇의 주인이라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내가 있는 남자, 즉 유부남(有婦男)을 핫아비, 유부녀(有夫女)는 핫어미라고 한다. 앞가지(接頭語) ‘핫-’에는 ‘솜을 두어 만든 것’이라는 뜻도 있지만 ‘배우자를 갖추고 있다’는 뜻도 있는 것이다. 핫아비와 핫어미의 반대말은 홀아비와 홀어미다.
남편과 아내, 즉 부부를 가리키는 말로 가시버시가 있다. 가시는 아내를 뜻하는 말로 고어사전을 보면 원래의 형태는 갓이었다고 한다. 가시는 찌르는 것이고, 갓은 머리 위에 올라앉는 것이니 아내를 나타내는 말로는 둘 다 여러모로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다른 설에 따르면 가시버시는 원래 ‘각시(아내)를 벗 삼아’라는 뜻이라고 한다. 가시아버지는 장인, 가시어머니는 장모를 가리킨다. 처가는 가싯집이라고 했다.
홀어미 (명) 남편을 잃고 혼자 지내는 여자.
쓰임의 예 – 오동지 섣달에도 빨래품을 팔아야 하는 가난한 홀어미….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가시버시 – 남편과 아내, 즉 부부를 가리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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