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피 묻은 모정

튼씩이 2019. 6. 26. 08:22

경기도 어딘가에서

2007년 4월 20일

일을 나가라고 충고하는

49세의 어머니에게

23세의 아들이 자존심 상해

마구 화를 냈다지요

그래서 네 차례나 흉기로

자기를 세상에 낳아준

엄마의 배를

겁도 없이 찔렀다고 합니다

그 어머니는

앞으로 빨간 딱지 붙을

아들의 장래가 걱정돼

'강도를 당했다고 할 테니

빨리 도망 가라' 권면한 뒤

일부러 집 안을 어질러놓고

남편에게

강도를 당했다고

거짓말 전화를 하였다지요


아들의 칼에 찔려

몸으로 마음으로 상처입고

피를 흘리면서도

아들 먼저 생각하는

어머니의 피 묻은 사랑과 용서가

우리를 많이 울리네요


다행히 수술 받고

의식을 회복했다는 그 어머니에게

아들은 눈물로 회개하고 용서 청하며

남은 생애 동안 효도할 수 있기를

내내 기도해보는 오늘입니다



'지난 게시판 > 이해인시집(작은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노인의 편지  (0) 2019.07.01
건망증  (0) 2019.06.28
꿈일기 3  (0) 2019.06.25
어느 일기  (0) 2019.06.24
기도 일기  (0) 2019.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