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133 – 우듬지

튼씩이 2019. 8. 30. 08:12

나무의 옆으로 길게 뻗어 나간 가지는 화라지라고 하는데, 화라지는 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가 아니라 주로 땔감으로 잘라 온 가지를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가장이는 나뭇가지의 몸뚱이, 가장귀는 나뭇가지의 갈라진 부분, 나무초리는 나뭇가지의 가느다란 부분을 가리킨다. 가늘고 긴 나뭇가지는 휘추리라고 하는데, 종아리 같은 데를 때릴 때 스는 휘추리는 특별히 회초리라고 한다. 휘추리나 회초리처럼 가늘고 긴 것이 휘어지며 자꾸 흔들리는 모양은 어찌씨 ‘휘청휘청’이나 ‘회창회창’으로 나타낸다.


우듬지는 ‘우두머리에 있는 가지’를 의미하는 우죽과 뜻이 비슷하다. 우두머리는 원래 어떤 물건의 꼭대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듬지나 우죽과 반대로 나무줄기에서 뿌리에 가까운 부분은 밑동이라고 하며, 큰 나무의 밑동은 둥치, 풀이나 나무 또는 곡식 같은 것의 밑동은 그루라고 한다. 줄기를 베고 남은 그루는 그루터기나 뿌리그루라고 하는데, 그루터기는 양초 따위가 타다 남은 밑동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등걸은 나무의 그루터기를 따로 부르는 이름인데, 실버스타인의 그림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노인이 되어 찾아온 주인공에게 나무가 마지막으로 줄 수 있었던, 앉아서 쉴 자리가 바로 등걸이다.


옹이는 나무의 몸에 박힌 가지의 그루터기를 가리키는데 “옹이에 마디”는 옹이에 마디까지 생긴 것처럼 곤란이나 불행이 겹쳐서 닥쳤다는 뜻으로 “기침에 재채기” “하품에 딸꾹질”과 통하는 말이다. 송진이 많이 엉긴, 소나무의 가지나 옹이는 관솔이라고 하는데, 관솔은 불이 잘 붙기 때문에 옛날에는 이것에 불을 붙여 등불 대신 사용하기도 했다. 옹두리는 나뭇가지나 부러지거나 상한 자리에 결이 맺혀 혹처럼 불퉁해진 것으로, 작은 옹두리는 옹두라지라고 한다. 옹두라지와 뾰두라지(뾰루지의 다른 이름)는 어감도 비슷하지만 둘 다 작고 볼록 튀어나온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라지’라는 말이 작고 볼록 튀어나온 것을 뜻한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우듬지 (명) 나무의 꼭대기 줄기.


쓰임의 예 – 얼핏얼핏 고개를 들어 상수리나무의 우듬지 위로 뾰조록이 모습을 내민 산정을 올려다보곤 하였다. (문순태의 소설 『타오르는 강』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옹두리 –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상한 자리에 결이 맺혀 혹처럼 불퉁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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