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풀막의 원말은 가팔막이고, 가팔막은 그림씨 ‘가파르다’와 ‘-막’이 합쳐져 된 말이다. ‘가파르다’는 ‘산이나 길이 몹시 비탈지다’라는 뜻이다. ‘가풀막지다’도 ‘가파르다’와 비슷한 뜻인데, ‘눈앞이 아찔하며 어지럽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땅바닥이 일어나거나 전봇대가 시비를 거는 상태도 ‘가풀막진’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막’은 오르막, 내리막의 그 ‘-막’인데, 돈대(墩臺)의 몹시 비탈진 바닥을 가리키는 돈들막이라는 말을 참고하면 ‘-막’이 땅바닥을 뜻함을 알 수 있다. 평지보다 높직하게 두드러진 평평한 땅을 돈대라고 한다.
‘오르막내리막’이라는 주법이 있다. 먼저 모두의 술잔을 소주잔이 됐든 막걸릿잔이 됐든 한데 모아 젓가락을 이용해 잔-젓가락-잔-젓가락 순으로 탑을 쌓는다. 그리고서 맨 위의 잔에 넘치게 술을 따르면 술이 자연스럽게 흘러 차례차례 아래쪽 잔들을 채우게 된다. 그 다음 담뱃갑을 하나 꺼낸다. 비닐 포장지에서 담뱃갑을 삼분의 이쯤 빼낸 다음 비닐 위에 동전을 올려놓는다. 모두가 일제히 담배를 피워 문다. 돌아가면서 담뱃불로 동전 주의의 비닐에 구멍을 낸다. 처음에는 구멍 뚫을 자리가 넉넉하지만 갈수록 줄어들어 나중에는 동전이 외줄다리에 간댕간댕 매달려 있는 형국이 된다. 그리하여 결국 그 동전을 떨어뜨린 사람이 그날의 주연(하염없이 망가지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연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이 되어 탑처럼 쌓인 술잔을 남김없이 비워야 하는 것이 ‘오르막내리막’의 엄정한 규칙이다. 술은 술잔을 따라 내려가기만 하는데 왜 이름이 ‘오르막내리막’이 되었을까. 그건 내가 경험해 봐서 잘 알고 있다. ‘오르막내리막’에 당첨돼 적으면 다섯 잔, 많으면 열 잔이 넘는 술잔의 술을, 마시는 차원을 넘어 목구멍으로 쏟아 붓고 나면 술상이, 길바닥이, 세상이 저절로 초고속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오르막내리막’이 되는 것이다.
가풀막 (명) 몹시 가파르게 비탈진 곳.
쓰임의 예 – 동북쪽 자드락길로 오 리쯤 가면 봉화산에서 뻗어 내린 한 줄기 맥이 가풀막을 이루는 까치 고개가 있었다. (김원일의 소설 『불의 제전』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가풀막지다 – 눈앞이 아찔하며 어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