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추억의 노래라고 할 만한 김태곤의 노래 <송학사>는 ‘산모퉁이 바로 돌아 송학사 있거늘…’로 시작된다. 산모퉁이는 산기슭의 쑥 내민 귀퉁이고, 산기슭은 산의 아랫부분이다. 기슭은 비탈진 곳의 맨 끝부분을 가리키는 말인데, 기슭의 가장자리가 바로 기스락이다. 산기슭이 나와서 휘어져 돌아간 곳은 산모롱이, 나지막한 산기슭의 경사진 땅은 자드락이라고 한다. 산마루에서 산기슭까지의 비탈진 부분은 산자락이라고 하는데, 산마루는 산등성마루의 준말로 산등성이의 가장 높은 곳을 말하고, 산등성이는 산의 등줄기를 가리킨다. 산마루의 두드러진 턱은 산마루터기라고 한다. 헷갈린다.
높은 산에서 뻗어 나간 산의 줄기를 산줄기나 산발이라고 하는데, 코숭이는 산줄기의 끝, 지레목이나 산잘림은 산줄기가 끊어진 곳을 가리킨다.
비탈은 비알이라고도 하는데, 몹시 험한 비탈은 된비알, 깎아 세운 듯한 돌 언덕은 돌비알이라고 한다. 너덜겅이나 돌너덜은 돌이 많이 깔린 비탈, 산탈비탈은 울퉁불퉁하고 험한 산비탈을 가리킨다. 벼랑은 낭떠러지의 험하고 가파른 언덕인데, 강가나 바닷가에 솟은 매우 위험한 벼랑은 특별히 벼루 또는 물벼루로 부른다.
들녘은 들이 있는 그 언저리를 가리키고, 가까운 들녘은 들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들은 난들이라고 한다. 구렛들은 바닥이 깊고 물이 늘 있어서 기름진 들이고, 노해는 ‘노동 해방’이 아니라 바닷가에 펼쳐진 들판을 말한다. 석양의 무법자가 생각나는 황야(荒野), 거칠고 잡풀이 무성한 땅은 푸서리라고 하는데, 좀 높은 데 있는 푸서리는 버덩이라고 한다. 고원에 있는 벌판은 더기나 덕판이라고 하는데, 높은 곳에 있는 벌판이라는 뜻에서 높은벌이라고도 한다. 광야(曠野)는 펀더기라고 하는데, 펀하게 넓은 더기라는 뜻이다. 아득하게 너른 것을 가리켜 ‘펀하다’고 한다.
기스락 (명) 비탈진 곳의 가장자리.
쓰임의 예 – 망연한 눈으로 물 위의 달빛에 빠져 달이 이우는 줄도 모르고 있던 그는 갑자기 달빛에서 헤어나 물이 사방에서 금을 긋고 있는 기스락까지 물 위를 모조리 쓸어 보았다. (이문구의 소설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에서)
- 나도 그렇게 작은 물방울을 하나로/기스락 끝에 매달려 있다/투명한 씨방 속, 무수한 뿌리를 늘인다 (신지혜의 시 <물방울 하나가 매달려 있다>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푸서리 – 거칠고 잡풀이 무성한 땅. =황야(荒野).
'지난 게시판 > 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9 – 가라말 (0) | 2019.09.05 |
---|---|
138 – 뭉우리돌 (0) | 2019.09.04 |
136 – 굽이 (0) | 2019.09.02 |
135 – 가풀막 (0) | 2019.09.01 |
134 – 방죽 (0) | 2019.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