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사람과 가장 친숙한 가축인 만큼 성장 단계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암소의 뱃속에 든 새끼나 갓난 송아지는 송치라고 한다. 송아지가 뿔이 날 만한 나이가 되면 동부레기, 아직 길들지 않은 송아지는 부룩송아지, 거의 중송아지가 될 만큼 자란 큰 송아지는 어스럭송아지 또는 엇송아지라고 하는데, 엇송아지 가운데서도 수놈은 엇부루기라고 한다. 목매기송아지는 아직 코뚜레를 하지 않고 목에 고삐를 맨 송아지를 부르는 이름이다. 다 자란 수소를 황소라고 하는 것인데, 남쪽 지방에서 나는 황소는 특별히 길치라고 하고, 달구지를 끄는 큰 소는 차부소라고 한다. 새끼를 낳지 못하는 암소는 둘암소라고 하는데, ‘둘-’은 둘암소, 둘암캐, 둘암탉 하는 식으로 새끼나 알을 배지 못하는 짐승의 암컷을 뜻하는 앞가지다. 사람의 경우에는 ‘둘-’이 ‘돌-’로 바뀌어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를 가리켜 돌계집(石女)이라고 하는 것이다.
소가 성질이나 겉모습에 어울리지 않게 달고 있는 쇠뿔은 그 모양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 끝이 안으로 굽은 뿔은 우걱뿔, 반대로 둘 다 바깥쪽으로 꼬부라진 뿔은 송낙뿔이라고 하는데, 송낙뿔 중에서도 두 뿔이 홰 모양으로 일자를 이룬 뿔은 홰뿔이라고 한다. 이때의 홰는 횃불을 켜는 홰가 아니라 새장이나 닭장 속에 새나 닭이 앉도록 가로지른 나무막대를 가리킨다. 또 우걱뿔 가운데서도 하나는 높고 하나는 낮은 쇠뿔은 노구거리라고 부른다. 우걱뿔도 송낙뿔도 아닌, 끝이 뒤틀려 뒤로 잦혀진 뿔은 자빡뿔이라고 하고, 그냥 위로 뻗은 쇠뿔은 작박구리라고 하는데, 둘이 다 짧은 것은 새앙뿔, 둘이 다 길고 곧게 선 것은 고추뿔이라고 한다. 쇠뿔은 길이에도 굵기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지뿔이나 오이뿔, 고구마뿔, 양파뿔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문제 하나. ‘음매’는 소가 우는 소리다. 그러면 송아지는 어떻게 운다고 사전에 나와 있을까. 엄마 찾아 운다고 ‘엄매’라고 되어 있다. 농담 같지만 진짜로.
찌러기 (명) 성질이 몹시 사나운 황소.
쓰임의 예 – 고삐 풀린 찌러기 소같이 길길이 날뛰는 종술의 가슴팍을 익삼 씨가 거푸 손으로 밀어붙였다. (윤홍길의 소설 『완장』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동부레기 – 뿔이 날 만한 나이의 송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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