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들은 코뚜레를 뚫지 않는다
뿔을 깍지 않아도 부사리들은 맥이 없다
다모토리 쟁기꾼의 후릿고삐 맛도 잊었다
무한천공을 울리며 까투리 울음 화답하던 들판을 빼앗겼다
가마솥에 쇠죽 쑤는 냄새에 하루를 들놓고
단칸방 달개집에 어여쁜 동부레기 젖 물리던 저녁
풍경 딸랑거려 틔우던 별빛이 좋았던 소.
(김유석의 시 <소2> 부분)
농사꾼 시인 김유석의 시에는 아름답고 정겨운 우리말 낱말들이 가을날 감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감처럼 풍성하게 매달려 있다. 전문을 소개할 수 없어 아쉽지만, 아쉬운 대로 감나무의 감을 따듯 낱말들을 더듬어보자. 코뚜레는 ‘코를 뚫은 것’이라는 뜻으로, 소의 코청을 뚫어 끼우는 나무 고리인데 여기다 고삐를 맨다. 고삐는 소를 몰거나 부리려고 코뚜레나 굴레에 잡아매는 줄이다. 지게끈을 밀삐라고 하는 것을 보면 ‘-삐’가 끈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후릿고삐는 소를 후려 몰기 위하여 길게 단 고삐다.
다모토리는 큰 잔으로 소주를 파는 집이니 잔술집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다모토리 쟁기꾼’은 무슨 말일까. ‘농사꾼 시인’이라는 말처럼 다모토리가 주업, 쟁기질은 부업이라는 말일까, 아니면 다모토리에 단골로 다니는 쟁기꾼이라는 말일까. ‘다모토리 쟁기꾼’은 후릿고삐를 후리며 소를 타고 다모토리로 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들놓다’는 ‘논밭에서 끼니때가 되어 일손을 멈추다’라는 뜻이고, 달개집은 ‘원채의 처마 끝에 지붕을 덧달아 이어 내린 집’, 즉 ‘달아서 붙인 집’이다.
부사리 (명) 머리로 잘 받는 버릇이 있는 황소.
쓰임의 예 – 그가 목포에서 만났던 아버지는 부사리처럼 뚝심이 세고 참나무 토막처럼 단단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문순태의 소설 『타오르는 강』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들놓다 – 논밭에서 끼니때가 되어 일손을 멈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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