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143 – 이무기

튼씩이 2019. 9. 9. 08:12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크기로 말한다”는 카피를 내세웠던 고질라의 크기는 몸뚱이의 길이가 121m, 꼬리는 78m, 입의 너비는 9m라고 한다. 그러나 크기로 말하자면 고질라도 장자(莊子)에 나오는 붕새 앞에서는 명함도 내밀 수가 없다. 붕새로 말할 것 같으면 날개 길이만 1,200km, 날개를 한 번 치면 3만6,000km를 날아간다는데, 지구 적도의 길이가 4만km 정도 되니까 날갯짓 한 번에 지구를 거의 한 바퀴 돌 수가 있는 것이다. “고질라 비켜라”가 아니라 고질라 따위는 아예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이다.


고질라는 도마뱀과 공룡, 용의 모습을 합성해서 만든 것인데, 공룡과 도마뱀은 몰라도 용의 경우는 용꿈을 꾸어 본 사람이 아니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를 것이다. 용의 몸은 뱀과 비슷하고 81개의 뻣뻣한 비늘이 있으며 뿔은 사슴, 귀는 소, 눈은 귀신의 것과 닮았다고 한다. 귀신의 눈을 일찍이 누가 보았는지 글쎄 그건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전설에 나오는 강철이도 용의 한 가지인데, 얼마나 지독한 놈인지 강철이가 지나간 곳에는 나무나 풀, 곡식이 모두 말라죽는다고 한다. 이무기가 천 년을 기다려 용이 되는 것처럼 여우도 천년을 묵으면 매구라는 짐승으로 변한다는데, 매구의 꼬리가 몇 개인지는 기록에 남아 있지가 않아서 매구가 곧 구미호인지는 알 수가 없다.


용처럼 여러 짐승의 모습이 섞여 있기로는 봉황과 불가사리도 마찬가지다. 봉황은 닭의 머리, 뱀의 목, 제비의 턱, 거북의 등, 물고기의 꼬리 모양을 하고 있는데, 키는 6척이고 오동나무에 깃들이며 대의 열매를 먹고 예천(禮泉)의 물을 마신다고 한다. 예천이란 태평성대에 단물이 솟았다고 전해지는 샘이다. 봉황의 수컷을 봉, 암컷을 황이라고 하는데, 빼앗아 먹기 만만한 사람을 봉, 어떤 일을 이루는 데 맞아떨어지지 않는 사물, 이를테면 짝이 맞지 않는 골패 짝을 황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봉황도 봉황일 때가 좋은 것이지, 암수가 나뉘면 별 볼 일이 없게 되는 모양이다.



이무기 (명) 전설상의 동물로 뿔이 없는 용. 어떤 저주에 의하여 용이 되지 못하고 물 속에 산다는, 여러 해 묵은 큰 구렁이를 이른다.


쓰임의 예 – 그 굴 속에는 몇 백 년 묵은 이무기가 산다고 전해져 있다. (이무영의 소설 『농민』에서)


              - 이무기는 천 년을 다 채워야만 용이 되어 다시 하늘에 오를 수 있다. (윤홍길의 소설 『묵시의 바다』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매구 – 천 년 묵은 여우가 변하여 된다는 전설에서의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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