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문을 보면 조기와 멸치는 잡히는 시기가 달라서 오사리도 때가 다른 듯하다. 한식(寒食)은 동지(冬至)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로, 2007년의 경우 4월 6일이었다. 곡우는 24절기 중 여섯 번째로 봄의 마지막 절기인데, 2007년에는 4월 20일이었다. 차의 한 종류인 우전(雨前)은 ‘곡우(雨) 전(前)에 땄다’는 뜻인데, 곡우 닷새 전에 딴 찻잎을 덖어서 만든 차로, 맨 처음 딴 찻잎으로 만들었다 해서 첫물차라고도 한다.
멸치의 경우 7~8월을 초사리, 9~10월을 오사리, 11월을 중사리,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를 늦사리로 나눈다고 한다. 오사리의 ‘오’는 ‘올’과 마찬가지로 ‘제철보다 이른’ 또는 ‘빨리’라는 뜻을 나타낸다. 오사리의 반대말인 늦사리는 제철보다 늦게 농작물을 수확하거나 해산물을 잡는 일을 가리키는 말로 파(罷)사리라고도 한다.
‘-사리’가 뒤에 붙은 말 가운데는 물고기(주로 조기)나 바닷물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초사리 멸치처럼 그해 처음으로 시장에 들어오는 조기를 초사리 또는 첫사리라고 한다. 날사리는 조기떼가 바닷가 가까이에 와서 알을 낳은 후에 먼 바다로 나가는 일 또는 그때를 가리키는 말이고, 어사리는 그물을 쳐서 한꺼번에 많은 물고기를 잡는 일, 막사리는 얼음이 얼기 직전의 밀물을 뜻한다.
오사리는 옥수수 이삭을 싸고 있는 껍질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이삭뿐만 아니라 그 끝에 달린 옥수수수염도 같이 싸고 있다. 옥수수수염의 존재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한 단어에 똑같은 글자(수)가 이렇듯 세 개나 조랑조랑 잇달려 있는 경우도 많지 않을 것이다. 앞글에서 전국에 도사리가 몇 군데 있는지 살펴봤는데, 찾아보니 오사리는 더 많다. 경상북도의 고령군 개진면과 상주시 함창읍, 전라남도 광양시 진월면, 충청남도 서산시 성연면,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에 오사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광양시에는 오사리도 있고 도사리도 있다.
오사리 (명) ① 이른 철의 사리 때에 잡은 해산물.
② 이른 철의 사리 때에 잡은 새우. 잡것이 많이 섞여 있다.
③ 이른 철에 농작물을 거두는 일. 또는 그 농작물
쓰임의 예 – 오사리 굴비란 한식과 곡우 사이에 잡은 참조기를 말하는데, 이 시기의 조기는 기름기가 많고 알이 꽉 차 맛이 가장 좋다. (야후 블로그의 <알이 통통한 오사리 굴비>라는 제목의 글에서)
- 많은 분들은 오사리를 멸치의 한 종류로 잘못 알고 있는데 오사리는 멸치의 생산 시기에 따른 분류다. 대략 연중 9월 1일~10월 31일 사이에 생산된 멸치의 모든 종류를 가리킨다. (야후 블로그의 <오사리 멸치 고르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늦사리 – 제철보다 늦게 농작물을 수확하거나 해산물을 잡는 일. =파(罷)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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