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148 – 사리다

튼씩이 2019. 9. 14. 13:56

국수사리, 새끼사리의 사리는 사리다에서 나온 말이다. 아니 어쩌면 거꾸로 사리라는 말이 먼저 있었고, 거기에 어미 ‘-가 붙어 사리다라는 말이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리는 윷놀이에서 끗수가 높은 모나 윷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모나 윷을 던진 횟수를 세는 단위로도 쓰이는데, 이를테면 모를 연속으로 네 사리나 치다니 어젯밤에 용꿈이라도 꾼 모양이구나처럼 쓸 수 있다.

 

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에 밀물이 가장 높은 때도 사리라고 한다. 크다는 뜻의 앞가지 -’을 붙여 한사리라고도 한다. 비슷한 말로는 큰사리, 대조(大潮), 대고조(大高潮), 대기(大起) 같은 것들이 있다. 반대로 보름과 그믐 사이에 조수(潮水)가 가장 낮은 때는 조금이라고 한다. 사리와 마찬가지로 한조금, 작은사리, 소조(小潮)로도 불린다.

 

사리와 조금의 관계는 밀물과 썰물, 만조(滿潮)와 간조(干潮)의 관계와 같다. 밀물과 썰물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는 토박이말로 미세기, 한자말로 조석(潮汐) 같은 것들이 있다. 조석은 조수(潮水)와 석수(汐水)인데, 한자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원래 조수는 아침에 밀려들었다가 나가는 바닷물, 석수는 저녁때 밀려왔다가 나가는 바닷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보름과 그믐은 어떻게 만들어진 말들인지 살펴보자. 망월(望月)달을 바라본다는 뜻이지만 보름달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바라다()’의 명사형 바람이 바뀌어 보름이 되었다는 주장에는 설득력이 있다. 사람들은 보름달을 바라보며 자기의 인생도 그처럼 한 점 이지러짐 없이 가득 차기를 바랐을 것이고, ‘자기의 바람과 같은 달이라는 뜻에서 그 달을 바람달이라고 불렀던 것이 지금의 보름달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몰다저물다의 옛말이다. 그믐은 그몰다의 명사형인 그몰음의 변형으로 짐작된다. 그래서 그믐달은 저무는 달이라는 뜻이다.

 

 

사리다 () 국수, 새끼, 실 따위를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

 

                 ② 뱀 따위가 몸을 똬리처럼 동그랗게 감다.

 

쓰임의 예 그 신()은 몸을 사리면 팔 척 장신의 남자만큼 하여지지만, 그 몸을 늘이면 이 바다 안에 꽉 들어찰 만큼 크다고 했다. (한승원의 소설 해일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미세기 밀물과 썰물을 아울러 이르는 말. =조석(潮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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