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을 숫자로 풀어보자. 일색(一色), 뛰어난 미인을 가리킨다. 이색(二色), 두 가지 색을 뜻하는 말로, 똑같아야 할 빛깔이나 모양이 서로 딴판으로 다를 때 ‘이색이 진다’고 말한다. 삼색(三色), 삼원색은 빨강·노랑·파랑이고, 빛의 삼원색은 빨강·파랑·녹색이다. 파랑·하양·빨강으로 된 프랑스의 국기를 삼색기(三色旗)라고 하는데, 파랑은 자유, 하양은 평등, 빨강은 박애를 각각 나타낸다. 폴란드 출신의 감독 키에슬로프스키는 이 세 가지 색의 영화를 만들었다. 삼색과실은 제사에서 쓰이는 세 가지 과실, 즉 밤·대추·잣(또는 감)을 가리킨다. 사색(四色)은 조선 왕조 때 당쟁을 일삼던 네 개의 당파, 곧 노론(老論), 소론(少論), 남인(南人), 북인(北人)을 가리킨다. 독일의 심리학자인 헤링이라는 사람은 색채 감각의 근원을 이루는 원색은 빨강·파랑·노랑·녹색이라는 사색설(四色說)을 주장했다. 오사리잡놈은 오색잡놈이라고도 하는데, 오색(五色)이라면 아무래도 오색잡놈보다는 오색약수와 오색딱따구리가 유명하다. 오방(五方)은 동서남북의 사방과 가운데를 아울러 일컫는 말인데, 민속에서는 이 다섯 개의 방위를 지키는 신을 오방 장군이라고 부른다. 오광대놀이에 나오는 오광대가 바로 오방 장군이다. 재미있는 것은 오방 장군이 오색, 즉 다섯 가지 색과 대응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가운데를 지키는 신은 중앙황제장군(中央黃帝將軍)으로 노랑이고, 파랑은 동쪽, 하양은 서쪽, 빨강은 남쪽, 검정은 북쪽을 나타낸다. 육색(六色)은 건너뛰고, 칠색(七色)은 무지개의 일곱 빛깔을 가리키는데, ‘칠색 팔색을 한다’는 말은 얼굴빛이 변하도록 놀라며 어떤 사실을 믿지 않거나 부인함을 뜻한다. ‘칠색 팔색’이 아니라 그냥 팔색(八色)을 하고 있는 새는 팔색조(八色鳥)다. 얼굴은 검정, 배는 하양, 등은 녹색 하는 식으로 여덟 가지 색을 띠고 있다고 해서 팔색조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윤후명의 소설 제목으로 더 유명하다. 이왕이면 구색(九色)까지 언급함으로써 구색(具色)을 맞추면 좋겠는데, 구색이라는 말이 없으니 여기서 그치기로 한다.
오사리잡놈 (명) ① 온갖 못된 짓을 거침없이 하는 잡놈.
② 여러 종류의 잡된 무리.
쓰임의 예 – 내가 설령 천하에 다시없는 불한당이요, 오사리잡놈이며, 불효막심한 자식이라 할지라도…. (최명희의 소설 『혼불』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칠색 팔색을 하다 – 얼굴빛이 변하도록 놀라며 어떤 사실을 믿지 않거나 부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