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표준어규정 해설

제2장 발음 변화에 따른 표준어 규정 제4절 단수 표준어 제17항

튼씩이 2019. 9. 24. 08:10





이 조항은 발음상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둘 이상의 말 중에서 더 일반적으로 쓰이는 형태 하나만을 표준어로 삼았음을 보인 것이다.


  ① ‘사람이 한 군데에서만 지내다’의 뜻으로 쓰이는 ‘구어박다’는 ‘구워박다’에서 온 말이지만 본뜻과 멀어져 원형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② ‘귀엣고리’는 옛말 ‘귀엣골회’에서 온 말이지만, 현대에는 거의 쓰이지 않아 표준어에서 제외하였다. 그러나 ‘귀엣고리’와 유사한 형태인 ‘눈엣가시, 귀엣말, 앞엣것, 뒤엣것’ 등은 현대에 널리 쓰이므로 표준어로 인정한다.


  ③ ‘귀지’에 비해 ‘귀에지’는 거의 쓰이지 않으므로 ‘귀지’를 표준어로 삼았다.


  ④ 과거에는 ‘감정이 나타나는 얼굴빛’과 ‘마음에 느낀 것이 얼굴에 드러나 뵈는 꼴’을 구별하여 각각 ‘나색’과 ‘내색’으로 구별한 사전도 있었지만, 두 의미가 사실상 구별되지 않고 ‘나색’은 현대에 거의 쓰이지 않으므로 ‘내색’만을 표준어로 삼았다.


  ⑤ ‘다닫다’는 옛말 에서 온 말이지만, 현대에는 ‘다다르다’만 쓰게 되었으므로 표준어에서 제외하였다.


  ⑥ ‘대’와 ‘싸리’가 합쳐진 말로 언뜻 ‘대싸리’가 인정될 듯하나, 실제 언어 현실에서는 ‘댑싸리’가 널리 쓰이므로 ‘댑싸리’를 표준어로 삼았다. ‘댑싸리’의 ‘ㅂ’은 옛말의 ‘대에 있던 ‘ㅂ’이 앞말의 받침으로 나타난 것이다.


  ⑦ ‘-던’을 ‘-든’으로 쓰거나 ‘-던가, -던지’를 ‘-든가, -든지’로 쓰는 것은 잘못이다. ‘먹던 밥’, ‘그이가 밥을 먹던가?’, ‘어찌나 춥던지’와 같은 말에서는 ‘던’이 맞고 ‘든’은 틀린 표현이다. 그러나 선택, 무관의 뜻을 나타내는 데에는 ‘-든, -든가, -든지’가 쓰인다. 예컨대 ‘먹든(가) 말든(가)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가든(지) 말든(지)’ 따위와 같이 쓰는 것은 옳은 표현이다.


  ⑧ ‘본새, 사자탈, 상판대기, 설령, 재봉틀’은 한때 ‘뽄새, 사지탈, 쌍판대기, 서령, 자봉틀’과 같은 형태로도 쓰였으나 이들 중 ‘사지탈, 서령, 자봉틀’은 언어 현실에서 거의 쓰이지 않고 ‘뽄새, 쌍판대기’는 비속어의 어감이 강하여 표준어로 삼지 않았다.


  ⑨ ‘서, 너’는 비고란에서 명시한 ‘돈, 말, 발, 푼’ 따위의 앞에서 주로 쓰이고 ‘석, 넉’은 비고란에서 명시한 ‘냥, 되, 섬, 자’ 따위의 앞에서 쓰인다. 그러나 ‘서, 석’, ‘너, 넉’이 반드시 그러한 단위에만 붙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보리) 서/너 홉’, ‘(종이) 석/넉 장’과 같은 말도 표준어로 인정된다. 다만, ‘서, 너’가 쓰이는 곳에는 ‘석, 넉’이 쓰일 수 없고 ‘석, 넉’이 쓰이는 곳에는 ‘서, 너’가 쓰일 수 없다.


  ⑩ ‘-습니다’와 ‘-읍니다’는 종래에 ‘-습니다’와 ‘-읍니다’ 두 가지로 적던 것을 모두 ‘-습니다’로 쓰기로 하였다. 구어에서 ‘-습니다’가 훨씬 널리 쓰이기도 하거니와 동일한 형태를 둘로 나누어 쓸 이유가 없으므로 ‘-습니다’ 쪽으로 통일한 것이다. ‘-올습니다/-올시다’에서도 마찬가지 이유로 ‘-올시다’를 표준으로 삼았다.


  ⑪ ‘썸벅썸벅’은 ‘씀벅씀벅’의 뜻으로는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으나 ‘잘 드는 칼에 쉽게 자주 베어지는 모양이나 그 소리’의 뜻으로는 표준어로 인정한다.


  ⑫ ‘짓무르다’는 준말 ‘짓물다’를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았다. ‘무르다’가 ‘물다’로 줄 수 없기 때문에 ‘짓무르다’도 ‘짓물다’로 준 것을 비표준어로 본 것이다.


  ⑬ ‘천정(天井)’은 한동안 ‘천장(天障)’의 동의어로 쓰이기도 하였으나, 현대에는 거의 쓰이지 않으므로 표준어에서 제외하였다. 다만, 위의 한계가 없음을 뜻하는 ‘천정부지(天井不知)’는 널리 사용하므로 표준어로 인정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