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나리깔나리, 미주알고주알, 밑두리콧두리, 가시버시 같은 말들은 ‘부랴사랴’와 마찬가지로 선둥이와 후둥이의 모습이 다른 이란성 쌍둥이 말들이다. ‘알나리깔나리’는 남 보기에 부끄러운 행동이나 차림을 했을 때 아이들이 놀리는 말인데, 알나리는 원래 나이가 어리고 키가 작은 사람이 벼슬을 했을 때 농으로 일컫는 말이었다. 원래는 ‘아니 나리’였는데, 알나리로 바뀐 것이다. 그러면 나이가 많고 키 큰 사람이 벼슬을 하면 ‘모를나리’라고 놀렸을까, 아니면 ‘어른 나리’라고 놀렸을까. 어쩌면 알나리와 비슷하게 ‘어른 나리 → 얼나리 → 얼라리’로 변하는 과정을 거쳤을지도 모른다. 표준어로 ‘알나리깔나리’라고 하는 사람보다는 비표준어로 ‘얼라리꼴라리’ 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겠나 싶다. 그러면 우리가 “어, 왜 이래?” 또는 “어쩌면 이럴 수가?”라는 뜻으로 쓰는 “얼라리?”는 또 어디서 튀어나온 말일까.
미주알은 똥구멍을 이루는 창자의 끝 부분을 말하는데, ‘미주알고주알’은 ‘밑두리콧두리’처럼 무엇을 꼬치꼬치 속속들이 캐어 묻는 모양을 가리킨다. 똥구멍까지 뒤집어 보듯 캔다는 얘기겠다.
부부(夫婦)를 뜻하는 토박이말로 가시버시가 있는데, 가시는 아내를 뜻한다. 그렇다면 버시는 당연히 남편을 가리키는 말이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으니 문제다. 버시는 ‘알나리깔나리’의 깔나리, ‘미주알고주알’의 고주알이나 ‘밑두리콧두리’의 콧두리와 마찬가지로 별 뜻이 없이 다만 운을 맞추기 위해 덧붙인 말이라는 것이 대부분 어원학자들의 견해다. 즉 남자는 있으나 없으나 대세에는 지장이 없는 존재, 필요 불가결이 아니라 불필요(不必要) 가결(可缺)한 여자의 부속품 같은 존재라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까 이런 이란성 쌍둥이 말들은 겉모습은 병렬(수평 · 평등)이지만 속내는 직렬(수직 · 불평등)에 가까운 것이다. 슬프다.
밑두리콧두리 (명) 확실히 알기 위하여 자세히 자꾸 캐어묻는 근본.
쓰임의 예 ★ 과부 할미는 밑두리콧두리 별것을 다 묻는다는 실뚱머룩한 표정으로 입을 삐죽거렸다. (문순태의 소설 『타오르는 강』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알나리깔나리 – 남 보기에 부끄러운 행동이나 차림을 했을 때 아이들이 놀리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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