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곰상스럽다’란 말을 들이밀고 무슨 뜻인지 맞혀보라고 한다면 어떨까. 나 같으면 ‘곰’과 ‘상스럽다’란 말을 나눠 생각할 것 같다. 곰은 거칠고 우악스러운 동물이고, ‘상스럽다’는 언행이 천하고 교양이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곰상스럽다’는 ‘곰처럼 상스럽다’는 뜻이라고 답안지에 적었을 것이다. 아니면 ‘곰상’을 ‘곰 相’으로 해석해 ‘곰처럼 생긴 느낌이 있다’고 쓸 수도 있다.
‘곰상스럽다’와 ‘곰살궂다’는 비슷한 뜻을 가진 말들이다. 공통으로 들어가는 ‘곰’은 뜻풀이에 똑같이 들어 있는 ‘꼼꼼하다’에서 비롯되었음이 확실하다. ‘곰곰하다’라는 말은 없지만 ‘곰곰이’와 ‘꼼꼼이’를 비교해 보면 ‘곰’과 ‘꼼’이 같은 뿌리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다. 한 가지 방증을 더 들자면 ‘꼼바지런하다’와 ‘곰바지런하다’는 둘 다 ‘꼼꼼하고 바지런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곰상스럽다’도 ‘곰살궂다’도 언어 세계의 이웃들과 비교해 보면 참으로 특이한 존재들이다. ‘상스럽다’는 물론이고 ‘궂다’도 좋은 뜻을 가진 말이 아니다. 그래서 ‘상스럽다’나 ‘궂다’가 뒤에 붙은 말치고 긍정적인 경우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먼저 ‘상스럽다’가 들어간 말들을 보자. ‘밉상스럽다’ ‘울상스럽다’, ‘이상스럽다’ 같은 말들은 다 아는 말들일 테고, ‘망상스럽다’는 ‘요망하고 깜찍한 데가 있다’, ‘툽상스럽다’나 ‘투상스럽다’는 ‘말이나 행동 따위가 투박하고 상스러운 데가 있다’, ‘암상스럽다’는 ‘보기에 남을 시기하고 샘을 잘 내는 데가 있다’는 뜻이다. ‘궂다’가 들어간 말로는 ‘심술궂다’, ‘얄궂다’, ‘험상궂다’ 같은 것들이 있다. 자고로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 했는데, ‘곰상스럽다’와 ‘곰살궂다’는 이런 말들과 이웃해 있으면서 어떻게 물들지 않고 좋은 뜻을 갖게 되었는지 곰곰이 아니면 꼼꼼이 생각해 봐야겠다.
곰상스럽다 (형) ① 성질이나 행동이 싹싹하고 부드러운 데가 있다.
② 성질이나 행동이 잘고 꼼꼼한 데가 있다.
쓰임의 예 ★ 둘레에 이끼 낀 작은 정원석을 배치하고 곰상스럽게 만들어 놓은 연못은 소일거리가 없는 이 집 노인의 손장난이었던 것이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곰바지런하다 – 꼼꼼하고 바지런하다. =꼼바지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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