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1977년에 석래명 감독의 영화 <고교 얄개>가 개봉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25만 관객이 들었다. 놀라운 것은 이 영화의 원작소설인 조흔파의 『얄개전』이 100만 부 넘게 팔렸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관객 1,000만 시대가 열렸지만, 소설 100만 부는 오늘날에도 좀처럼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기 때문이다. 얄개 역의 이승현을 비롯해 김정훈, 진유영, 강주희, 하명중 등이 출연했는데, 당시 초절정의 미모를 뽐내던 정윤희도 가세했다. 촬영을 맡은 정일성은 당시 마흔아홉 살의 중견이었다. 정일성은 1957년 영화 <가거라 슬픔이여>에서 촬영감독으로 데뷔했으니, 77년은 데뷔 20년을 맞는 해였다. 두 해 전인 2007년, 데뷔 50년을 맞은 정일성이 여전히 현장을 지키고 있음은 한국영화의 긍지이자 행복이 아닐 수 없다.
<고교 얄개> 이후 ‘고교’ 시리즈, ‘얄개’ 시리즈가 쏟아져 나왔다. 이승현과 김정훈을 앞세운 ‘고교’ 시리즈로는 <고교 우량아(1977년)>, <고교 깡돌이(1977년)>, <고교 꺼꾸리군 장다리군(1977년)>, <고교 명랑교실(1978년)>, <고교 고단자(1978년)>, <우리들의 고교시대(1978년)> 같은 것들이 있고, 이승현이 거의 독판을 친 ‘얄개’ 시리즈로는 <얄개 행진곡(1977년)>, <대학 얄개(1982년)>, <신입사원 얄개(1983년)> 등이 있다. 이승현은 빠지고 김정훈이 들어간 <여고 얄개(1977년)>도 있었는데, 지금도 ‘한 미모’하는 김보연이 ‘여고 얄개’로 나왔었다. <고교 얄개> 전에 원작소설과 같은 제목으로 제작된 영화 <얄개전>도 있다. 당시 열네 살 소년이었던 안성기가 주연을 맡았다.
얄개는 ‘야살스러운 짓을 하는 사람’, 그러니까 ‘얄을 피우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야살스럽다’는 ‘보기에 얄망궂고 되바라진 데가 있다’는 뜻이고, ‘얄망궂다’는 ‘성질이나 태도가 괴상하고 까다로워 얄미운 듯하다’는 뜻이다.
얄 (명) 야살스럽게 구는 짓
쓰임의 예 ★ 말끝마다 김 승지와 박 선달을 내세우며 얄을 피우고 다니는 꼬락서니에 치수는 그만 욕지기가 날 지경이다. (이무영의 소설 『농민』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얄개 – 야살스러운 짓을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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