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바틈하다’의 말밑(어원)을 나름대로 더듬다 보니 눈에 띄는 낱말 두 개가 있다. 이름씨 ‘앙가발이’와 그림씨 ‘밭다’가 그것이다. 앙가발이는 다리가 짧고 굽은 사람 또는 다리가 짧고 밖으로 굽은 작은 소반을 가리키는 말이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잇속을 위해 남에게 잘 달라붙는 사람도 앙가발이라고 한다. ‘밭다’는 ‘시간이나 공간의 간격이 몹시 가깝다’ 또는 ‘길이가 매우 짧다’는 뜻이다. 그래서 ‘밭은 다리’는 ‘짧은 다리’라는 뜻이다. ‘바특하다’도 ‘밭다’에서 파생된 말로, 뜻은 ‘밭다’와 ‘도 긴 개 긴(도찐개찐이 아니라)’이다. ‘앙가발이’와 ‘밭다’의 공통점은 ‘짧다’는 뜻이니 ‘앙바틈하다’의 말밑을 이 두 낱말에서 찾는 것이 큰 잘못은 아닐 것이다.
한자말 말고 토박이말에서 ‘틈’ 자가 들어간 그림씨나 움직씨는 손꼽을 정도다. 아니 내가 아는 바로는 딱 다섯 개니까 한 손으로 꼽으면 딱 떨어진다. 앙바틈하다, 엉버틈하다, 야틈하다, 여틈하다, 비틈하다… 이렇게 다섯 개다. ‘엉버틈하다’는 ‘앙바틈하다’의 큰말이고, ‘여틈하다’는 ‘야틈하다’의 큰말이다. 큰말과 작은말의 관계지만 ‘여틈하다’는 ‘여트막하다’의 준말이고, ‘야틈하다’는 ‘야트막하다’의 준말이어서 뜻빛깔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여트막하다’는 ‘조금 옅은 듯하다’, ‘야트막하다’는 ‘조금 얕은 듯하다’는 뜻이어서 ‘여트막하다’는 농도(濃度), ‘야트막하다’는 깊이나 높낮이와 관계가 있다.
알다시피 ‘옅다’의 반대말은 ‘짙다’, ‘얕다’의 반대말은 ‘깊다’다. 언어의 세계가 아니라 수학이나 논리학의 세계라면 ‘여틈하다’ ‘야틈하다’ ‘여트막하다’ ‘야트막하다’에 대응하는 ‘지틈하다’ ‘기픔하다’ ‘지트막하다’ ‘기프막하다’ 같은 말들이 있어야 할 텐데, 있을 것도 같은데, 사전을 아무리 뒤적거려도 이런 말들은 상면할 수가 없다. 이런 걸 가리켜 복불복(福不福)이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비틈하다’는 ‘말뜻이 그럴듯하게 어느 정도 비슷하다’는 뜻이다.
앙바틈하다 (형) 짤막하고 딱 바라져 있다.
쓰임의 예 ★ 그 체격으로 말하면 아래위를 툭 찢은 듯 앙바틈하고 똥똥하며, 앞가슴이 딱 바라지고…. (이희승의 수필집 『딸깍발이 선비의 인생』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앙가발이 – 다리가 짧고 굽은 사람. 또는 다리가 짧고 밖으로 굽은 작은 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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