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166 - 지질하다

튼씩이 2019. 10. 3. 11:43

‘지질하다’ 대신 ‘지질맞다’를 써도 좋다. 어찌씨는 ‘지질지질’인데, ‘지질지질’은 ‘물기가 많아서 조금 진 듯한 모양’을 가리키기도 한다. ‘지질하다’도 두 가지 뜻으로 쓰이는 말이어서 ‘싫증이 날 만큼 지루하다’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너는 왜 만날 그렇게 지지리 궁상을 떨고 사냐?”고 할 때의 ‘지지리’는 사전에 ‘아주 몹시’나 ‘지긋지긋하게’라는 뜻이라고 돼 있지만, 나는 ‘지질하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지질하다’의 어근 ‘지질’에 부사화 어미 ‘-이’가 붙은 ‘지질이’가 ‘지지리’로 변한 게 아닐까 짐작하는 것이다.


‘지질하다’와 콤비를 이루는 낱말은 ‘구질다’나 ‘구질구질하다’다. 둘 다 ‘상태나 하는 짓이 깨끗하지 못하고 구저분하다’는 뜻이다. ‘지질하다’와 ‘구질다(구질구질하다)’의 만남으로 생겨난 말이 ‘지질구질하다’라는 그림씨다. ‘보잘것없고 변변하지 못하며(여기까지는 ’지질하다‘에서 비롯됐고) 더럽고 지저분하다(여기까지는 ’구질다‘에서 비롯됐다)’는 뜻이다.


요즘 많이 쓰는 ‘찌질이’라는 말도 ‘지질하다’로부터 나온 것이 확실하다. 인터넷에서 주섬주섬 모아본 ‘찌질이’의 정의는 이렇다.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지 못하는 애(그렇다고 왕따는 아닌), 노는 애도 아니면서 노는 척하는 애, 강한 애한테는 꼬리 내리고 약한 애한테는 건방지게 구는 애, 완전히 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공부나 전공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 그저 그런 애, 어중간(於中間)이라는 말이 생각나고, 보통 사람이라는 말도 생각난다. 인터넷판 해석에 따르면 ‘찌질이’의 바탕이 되는 ‘찌질하다’는 가난해 보인다, 없어 보인다, ‘찌질찌질하다’는 허접스럽다, 어설프다, 하찮다, 별것 아니다, 볼품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종합 결론은 이렇다. 내가 지금 학교를 다녔으면 영락없이 ‘찌질이’로 불렸을 것이라는 사실.



지질하다 (형) 보잘것없고 변변하지 못하다.


쓰임의 예 ★ 섣불리 도망질을 치다가 붙들리는 날이면 지질한 목숨이나마 보전 못할 테니까…. (홍명희 소설 『임꺽정』에서)


              ★ 지질한 서방 믿어 보며 사는 계집처럼 가련한 자도 없을 거라. (이문구의 소설 『장한몽』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지질지질 – 물기가 많아서 조금 진 듯한 모양. 또는 보잘것없고 변변하지 못한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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