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장사는 움직씨 ‘옥다’, 옥니는 그림씨 ‘옥다’에서 파생된 말이다. 옥장사는 오그랑장사의 준말이고, 오그랑장사는 이익을 남기지 못하고 밑지는 장사를 뜻한다. 처녀가 시집 안 간다는 말, 늙은이가 죽고 싶다는 말과 함께 3대 거짓말로 꼽히는 것이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말인데, 오그랑장사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밑지고 파는 장사꾼도 있기는 있을 것이다. 오그랑장사의 반대말로는 곱으로 이익을 내는 곱장사가 있다. 옥니는 안으로 옥게 난 이, 반대로 바깥쪽으로 버드러진 이는 버드렁니, 줄여서 벋니라고 한다. 여기서 낱말들의 대응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옥니: 벋니(버드렁니) = 옥다: 벋다 = 오그라지다: 버드러지다
“최 씨에 곱슬머리에 옥니”는 우리나라 대표 고집쟁이의 3대 조건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두 사람 있다. 한 사람은 지은이의 고등학교 선배인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이고, 한 사람은 지은이의 대학 선배인 소설가 최인호다. 두 사람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속설(俗說)이 맞기는 맞네, 하면서 고개를 주억거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 다 자기 세계의 일에 관한 한 굽힐 줄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최 씨와 관련해서는 “최 씨 앉은 자리엔 풀도 안 난다”는 속담도 있다. 이 역시 최 씨가 고집스럽고 타협할 줄 모른다는 뜻을 품고 있다. 최영 장군은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명언으로 기억되는(사실 이 말은 최영 본인이 아니라 그 아버지가 남긴 유언이라고 한다) 고려 말기의 무신으로, 끝까지 지조를 지키다 이성계 세력에 의해 죽었다. 죽음을 앞두고 “내가 생전에 조금이라도 부끄러운 일을 했다면 내 무덤에 풀이 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풀이 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실제로 그의 무덤에는 풀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이 세간에 와전돼 “최 씨 앉은 자리엔 풀도 안 나다”는 얘기가 생긴 것이다.
옥다 (동) 장사 따위에서 본전보다 밑지다.
(형) 안쪽으로 조금 오그라져 있다.
쓰임의 예 ★ 무수한 왜적들은 한꺼번에 손발이 옥아 들면서 까맣게 타 죽어 버린다. (박종화의 소설 『임진왜란』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오그랑장사 – 이익을 남기지 못하고 밑지는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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