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들어서 기억에 새겨둔 말들 가운데 하나가 ‘오지다’라는 말이다. 무엇을 보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오매 오진 거…” 하실 때 벙그레 웃음꽃이 피어나던 외숙모, 큰어머니, 당숙모, 고모님의 얼굴이 생각난다. ‘오지다’는 ‘오달지다’와 같은 뜻인데, ‘오달지다’는 ‘흡족하다’는 뜻 말고 ‘허술한 데가 없이 야무지고 알차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오달지기는 사돈네 가을 닭이다”라는 속담을 보자. 사돈네 가을 닭이 아무리 되록되록 살이 올라도 내게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 보기만 좋지 도무지 실속이 없음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오달지기는”이라고 했을까. “오달져도”라고 해야 문맥이 통하는 것 같은데 말이다.
흐뭇함을 나타내는 말로는 ‘홈홈하다’ ‘훔훔하다’ ‘해낙낙하다’ ‘거늑하다’ ‘대견하다’ ‘한포국하다’ 같은 것들이 있다. ‘홈홈하다’는 ‘얼굴에 흐뭇한 표정을 띠고 있다’는 뜻이고 ‘훔훔하다’가 큰말이다. ‘홈홈’을 ‘home home’으로 기억하면 편리하다. ‘즐거운 나의 집’을 떠올릴 때 짓는 표정이 ‘홈홈한’ 표정인 것이다. ‘홈홈하다’는 ‘연하고 흐물흐물하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해낙낙하다’는 ‘마음이 흐뭇하여 만족한 느낌이 있다’는 뜻이다. 낙낙하여 해해거리는 모습이 떠오르는 말이다. ‘거늑하다’도 ‘해낙낙하다’와 비슷하게 ‘부족함이 없어 마음이 아주 느긋하다’는 뜻이다. ‘한포국하다’는 ‘기분을 흐뭇하게 가지다’라는 뜻을 가진 움직씨다. 예를 들어 “엄마는 철이가 우등상을 타오자 마음을 한포국하시며 머리를 쓰다듬었다”처럼 쓸 수 있는 말이다.
‘흐무뭇하다’는 ‘매우 흐뭇하다’는 뜻이고, ‘하뭇하다’는 ‘흐뭇하다’의 작은말이다. ‘흐무지다’도 ‘흐무뭇하다’와 같은 뜻인데, ‘흐무뭇하다’에 대응하는 ‘하무뭇하다’는 있지만, ‘하무지다’라는 말은 없다.
오달지다 (형) 마음에 흡족하게 흐뭇하다.
쓰임의 예 ★ 한 배미 한 배미를 고생고생해서 일궜을 때 그 고생이 컸던 만큼 그 논 한 배미 한 배미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오달졌겠소? (송기숙의 소설 『녹두장군』에서)
★ 부모를 모시러 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오달진 마음에 어깨춤이라도 추고 싶었지만…. (문순태의 소설 『타오르는 강』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한포국하다 – 기분을 흐뭇하게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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