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170 – 올곧다

튼씩이 2019. 10. 7. 08:50

‘올곧다’가 ‘옳다’와 ‘곧다’가 결합해 ‘옳곧다 → 올곧다’의 변화 과정을 거쳐 된 말인지, 아니면 ‘올이 곧다’는 뜻에서 나온 말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립국어원의 견해도 조금 헷갈리는 바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전자를 수용하고 있는데, 홈페이지에서는 후자가 옳다고 단정하고 있다. 다음은 2007년 7월 셋째 주 <정겨운 우리말!>의 표제어로 선정된 ‘올곧다’에 대한 설명이다. “‘올곧다’의 ‘올’은 ‘실이나 줄의 가닥’을 가리킨다. 그러니 ‘올곧다’의 본래 의미는 ‘실이나 줄이 반듯하다’이다. 이 의미가 확대되어 ‘마음이 정직하다’라는 추상적 의미로 발전한 것이다.”


글쎄 그럴까. 거꾸로 한 번 생각해 보자. ‘정직하다’의 ‘정직(正直)’은 ‘바를 정(正)’, ‘곧을 직(直)’인데, ‘바르다’는 ‘옳다’와 통하므로, ‘정직하다’는 ‘옳고 곧다’는 뜻의 ‘올곧다’의 직역(直譯)에 다름 아니다.


‘올’로 시작되는 말들은 대체로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올곧다’ ‘올바르다’처럼 ‘바르다’는 뜻빛깔을 가진 말들이다. 두 번째는 앞에 언급된 것처럼 실이나 줄과 관계가 있는 말들인데, 올발, ‘올되다’ 같은 것들이 있다. 올발은 천을 짠 씨실이나 날실의 오라기를 가리키는 말이고, ‘올되다’는 ‘피륙의 올이 촘촘하게 짜여 바짝 죄어져 있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올’이 ‘제철보다 이른’ 또는 ‘빨리’라는 뜻을 가지는 경우다. 올감자, 올고구마, 올벼, 올과일, 올서리, 올밥, 올깎이 같은 말들이 이 계열에 속한다. 올밥은 아침밥과 같은 뜻이고, 올깎이는 늦깎이와는 반대로 나이 어려서 중이 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올목갖다’는 위의 세 가지 범주에 속하지 않는 말로 ‘이것저것 고루고루 다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국을 끓일 때 양념을 올목갖게 넣어야 제 맛이 난다”처럼 쓸 수 있는 말이다.



올곧다 (형) ① 마음이나 정신 상태 따위가 바르고 곧다.


                 ② 줄이 반듯하다.


쓰임의 예 ★ 알뜰한 사랑을 부둥켜안은 채로 올곧게 뜻도 이루기 전에 휘날려 떨어질 것이 더욱 서러웠다. (『조선말 대사전』에서)


              ★ 우리는 보이지 않는 어머니의 엄청난 힘 속에서 용기를 얻고 사랑 속에서 올곧은 마음을 키워간다. (한국경제신문의 <천자칼럼 어머니>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올목갖다 – 이것저것 고루고루 다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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