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벅은 주걱의 사투리인데 어떻게 말과 궁합을 맞추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말주변은 ‘말을 이리저리 척척 잘 둘러대는 슬기나 능력’이라는 뜻이다. 아닌 게 아니라 주걱은 ‘이리저리 척척 잘 둘러대는’ 물건이 될 수도 있으니 통하는 바가 아주 없지는 않은 것 같다. 말주변의 ‘주변’은 일을 주선하거나 변통하는 재주를 가리키는 말로 두름손과 비슷한 말이다. 소갈머리(‘속알머리’라는 뜻에서)와 함께 우리 ‘주변’의 ‘머리(카락)’ 없는 사람을 놀릴 때 쓰인 말인 주변머리는 주변의 속어(俗語)다. 소갈머리도 마음이나 속생각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소갈딱지라고도 한다.
말주벅과 주벅에 대해 알아봤으니 벅에 대해서도 탐문해 보자. ‘벅’은 ‘긁거나 문대는 소리나 모양’ 또는 ‘종이나 천을 대번에 찢는 소리나 모양’을 가리키는 어찌씨다. ‘화가 나서 계약서를 벅 찢어버렸다’처럼 쓸 수 있다.
또 다른 벅은 사람 이름이다. 벅, 하면 잘 몰라도 펄 벅, 하면 아하, 하게 된다. 펄 벅은 소설 『대지(大地, 영어로는 ‘The Good Earth’)』로 1938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작가이다. 『대지』의 주인공이 왕룽과 오란이기 때문에 『왕룽일가』를 펄 벅의 작품인 것처럼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왕룽일가>는 1989년 KBS에서 방송돼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제목이다. <한 지붕 세 가족>의 세탁소 ‘만수 아빠’ 최주봉이 촌티 패션으로 중무장을 한 채 시도 때도 없이 “누님, 춤 한 번 출까요?”라는 대사를 날리는 ‘쿠웨이트 박’으로 등장해 카바레 아줌마들의 스타로 떠오른 바로 그 드라마다. 그리고 드라마 <왕룽일가>의 원작은 작년에 아깝게 세상을 떠난 작가 박영한의 『왕룽일가』다. 『왕룽일가』는 <왕룽일가>를 비롯해 <오란의 딸>, <지옥에서 보낸 한 철> 등 세 편의 연작으로 구성된 소설로, 문학평론가 박태상에 따르면 “1980년대 후반기를 화려하게 수놓은 소시민적 리얼리즘의 대표적 작품”이다.
말주벅 (명) (주로 ‘말주벅이나’ 꼴로, ‘하다’ 앞에 쓰여) 이것저것 경위를 따지고 남을 공박하거나 자기 이론을 주장할 만한 말주변.
쓰임의 예 ★ 오가가 동네 와서 어느 집에 들어앉으며 곧 동네의 말주벅이나 하는 사람 서너 명을 불러다가 앞에 앉히고 곽오주의 봉변한 일을 대강 이야기한 뒤….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주변 – 일을 주선하거나 변통하는 재주. =두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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