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갖다’는 ‘맞다’와 ‘갖다’가 합쳐서 된 말이다. ‘맞다’는 다 아는 말인데 ‘갖다’의 정체는 뭘까. ‘골고루 다 갖춘’이라는 뜻의 ‘갖은’과 ‘있어야 할 것을 골고루 준비하여 가지거나 차리다’라는 뜻의 ‘갖추다’를 보자. 여기에 그림씨 ‘낮다’와 움직씨 ‘낮추다’의 관계를 참고해 뭉뚱그려 보면, 비록 사전에 실리지는 않았지만, ‘갖다’는 ‘골고루 다 갖춰져 있다’는 뜻의 그림씨로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맞갖다’는 ‘마음에 맞고 골고루 갖춰져 있어서 모자람이 없다’는 뜻이 된다.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 가련도다’, 배우긴 배웠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해독이 안 돼 피곤하게 만들었던 이상화의 시 <나의 침실로>의 첫 행이다. 목거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지만, 잔치나 파티를 뜻하는 모꼬지나 먹거지로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현진건의 소설 『무영탑』에서 잔치라는 뜻으로 모꼬지와 먹거지가 섞여서 사용되고 있고,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두 낱말이 모두 표준어로 실려 있다. 그런데 홍윤표 교수는 먹거지에 대해 작가가 모꼬지를 ‘먹다’와 연관시켜 의도적으로 고쳐 표기한 것이 아니면 편집자가 모꼬지라는 말을 몰라서 먹거지로 잘못 고친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 먹거지가 표준어가 된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홍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16세기의 문헌에 나타나는 모꼬지의 초기 형태는 였다. 는 로, 그리고 는 다시 로 분석된다. ‘몯’은 ‘모이다’의 뜻을 갖는 옛말 ‘몯다’의 어간이고 은 ‘갖추다, 구비하다’의 뜻을 갖는 옛말 의 어간이다. 그리고 가 변해 ‘맞갖다’의 ‘갖다’가 된 것이다. 결국 ‘모꼬지’는 ‘모이고 갖추는 일’, 즉 ‘모임을 갖추는 일’을 뜻하는 의 손자뻘이 되는 낱말인 것이다.
맞갖다 (형) (주로 ‘맞갖지 않다’의 형태로 쓰여) 마음이나 입맛에 꼭 맞다.
쓰임의 예 ★ 한시라도 공주의 손길이 닿지 아니하면 모든 것이 불편하고 마음에 맞갖지 않은 때문이다. (박종화의 소설 『다정불심』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갖은 – 골고루 다 갖춘. 또는 여러 가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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