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소꿉장난에서 밥이나 반찬을 담은 그릇으로 쓰이던 것이 사금파리나 이징가미, 까팡이 같은 것들이다. 사금파리는 사기그릇이 깨진 조각이고, 이징가미나 까팡이는 질그릇의 깨어진 조각을 말한다. 기와를 부스러뜨린 가루인 기와깨미는 모래와 함께 밥, 반찬의 대용품으로 쓰였다. 독이나 항아리를 도깨그릇 줄여서 독그릇이라고 하는데, 도깨그릇이 깨어진 조각으로 부삽 대신 쓰는 것을 도깨부등가리나 부등가리라고 한다.
질그릇 같은 것이 삭아서 겉에 일어나는 얇은 조각이 구적인데, 나무나 돌에서 구적과 같이 결을 따라 일어나는 조각을 적이라고 한다. 적은 굴을 깐 뒤 굴에 붙어 있는 껍질 조각을 뜻하기도 한다. 바닷가 바위 같은 것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굴 껍질은 구죽이라고 하는데, 날카로운 서슬이 있어서 맨발로 디뎠다가는 발을 베기 십상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나무에 적이 일어나 가시처럼 된 것이 거스러미인데, 거스러미는 ‘거슬리게 하는 것’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손톱 자리 위에 일어난 거스러미를 손거스러미라고 하는데, 손거스러미가 생기면 가시가 박혔을 때처럼 신경에 몹시 거슬린다. 물건에 쓸데없이 붙어 있는 털이나 거스러미를 너스래미라고 하는데, 괴깔이나 보풀도 너스래미라고 할 수 있다. 괴깔은 실이나 종이, 나무의 겉에 보풀보풀하게 일어난 털이고, 보풀은 종이나 헝겊의 거죽에서 일어나는 몹시 가는 털이다.
실을 공 모양으로 감은 뭉치를 몽당이라고 하는데, 몽당이는 뾰족한 끝이 닿아서 거의 못 쓸 정도가 된 물건을 뜻하기도 한다. 몽당붓이나 몽당연필이 여기서 나온 말이다. 또 오래 써서 끝이 닳아 떨어진 물건을 모지랑이라고 하는데, 모지랑이의 큰말이 무지렁이다. 몽동발이는 딸려 있던 것이 다 없어지고 몽뚱이만 남은 물건, 사그랑이나 사그랑주머니는 다 삭아버려서 못 쓰게 된 물건, 버림치는 못 쓰게 돼 버려둔 물건을 뜻한다.
무지렁이 (명) 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
② 헐었거나 무지러져서 못 쓰게 된 물건.
쓰임의 예 ★ 같이 나선 사람들은 말이 그래 의병이지 어제까지 논밭이나 갈고 땔나무나 하던 산골 무지렁이들이라 그들 머리에서는 무슨 계책이 나올 까닭이 없었다. (송기숙의 소설 『암태도』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너스래미 – 물건에 쓸데없이 붙어 있는 털이나 거스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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