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품은 어떤 일이 진행되는 동안 또는 그 기회를 뜻하고, 어름때는 어떤 일이 끝나고 다음 일이 시작되기 전의 동안을 말한다. 어름은 짬과 마찬가지로 두 물건의 끝이 닿은 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첫물이나 단물은 옷을 새로 지어 입고 빨 때까지의 동안인데, 물은 옷을 한 번 빨래할 때마다의 동안이나 채소나 과일, 생선 따위가 사이를 두고 한목 한목 무리로 나오는 차례를 말한다. ‘맏물 참외’ ‘끝물 수박’ 할 때의 물이다. 한식경은 밥 한 끼 먹을 만한 동안이고, 한참은 시간이 상당히 지나가는 동안인데, 원래 한참은 옛날 두 역참(驛站) 사이의 거리를 일컫는 말이었다. 장날에서 다음 장날까지의 동안은 장도막이나 파수(派收)라 하고, 지난 며칠 동안은 날사이, 살아 있는 동안이나 벼슬을 하고 있는 동안은 당내라고 한다.
‘-결’은 ‘얼핏 스쳐 가는 짧은 동안’을 뜻하는 뒷가지이고, 겨를도 짧은 동안이나 순간을 뜻하는 말이다. 구름결은 구름처럼 슬쩍 지나가는 겨를, 눈결은 눈에 슬쩍 뜨이는 잠깐 동안, 귓결은 우연히 슬쩍 듣게 된 겨를을 말하는데, 공통적으로 붙은 ‘슬쩍’이라는 어찌씨가 이 낱말들의 성격을 잘 설명하고 있다. 꿈결은 덧없이 지나가는 동안인데, ‘덧없다’의 덧도 생각하지도 않은 사이에 지나치는 동안, 퍽 짧은 시간을 뜻한다. 덧과 같이 아주 짧은 시간을 나타낸 말로 한자말 삽시간(霎時間)이 있는데, 소나기가 한 번 지나가는 짧은 겨를을 뜻하는 우리말 소솜과 비슷한 말이다. 다만 삽시간의 삽(霎)은 소나기가 아니라 이슬비를 뜻한다. 겨를에는 일을 하다가 쉬게 되는 틈, 즉 여가(餘暇)라는 뜻도 있어서 겨를철은 농한기(農閑期)와 같은 말이다. 다른 일 때문에 하던 일이나 다니던 일터를 쉬는 겨를은 말미라고 하는데, 나무말미는 오랜 장마가 잠깐 개어 풋나무를 말릴 만한 겨를이고, 빨랫말미는 역시 장마 때 날이 개어 옷을 빨아 말릴 만한 겨를을 뜻한다.
짬 (명) ① 어떤 일에서 손을 떼거나 다른 일에 손을 댈 수 있는 겨를.
② 두 물체가 마주하고 있는 틈. 또는 한 물체가 터지거나 갈라져 생긴 틈.
③ 종이 따위를 도련칠 때에 칼끝이나 붓 끝으로 조금 찍은 표적.
쓰임의 예 ★ 어떻게 오늘 저녁에라도 짬 있으시면 한 번 나오지 않으시겠습니까? (조해일의 소설 『왕십리』에서)
★ 그들은 팩팩거리머 등짐꾼들이 잠시도 허리를 펼 짬도 주지 않고 몰아세웠다. (문순태의 소설 『타오르는 강』에서)
★ 세수를 하노라고 구부리고 서서 다리 짬으로 남수는 정숙이의 모양을 슬쩍 본다. (김남천의 소설 『처를 때리고』에서)
★ 과연 산동 사람들 일등 가는 솜씨인 만큼 돌과 돌이 맞이은 짬에는 물을 부어도 샐 틈이 없을 만큼 조그마한 험도 없었다. (박종화의 소설 『다정불심』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소솜 – 소나기가 한 번 지나가는 짧은 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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