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186 – 짬짜미

튼씩이 2019. 10. 27. 11:24


참여연대의 보도자료에서 짬짜미는 담합(談合)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짬짜미라는 말을 분석해 보면 ++가 되는데 ’, 짜는 일이 두 번 되풀이된다. ‘짜고 또 짠다는 뜻인 것이다. 이 밖에도 짬짜미는 밀약(密約), 속닥속닥, 뒷구멍, 와이로, 사바사바, ‘짜고 치는 고스톱같은 말들을 떠올리게 한다.

 

와이로(賄賂)는 일본말로 뇌물이라는 뜻이다. 사바사바는 얼핏 보기에 일본말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묘한 말이다. 일본말 사바사바(さばさば)마음이 후련하게, 홀가분하게, 시원시원하게라는 뜻이어서 뭔가 음침하고 찝찝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바사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김지현이 엉덩이 한 번 칠 때마다 판이 5만 장씩 나갔다던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에는 천사를 찾아 사바사바하는 대목이 있다. 그 사바사바가 이 사바사바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천사 대신 사바사바의 말밑(語源)을 알아보자. 우리말의 말밑을 감칠맛 나게 설명하고 있는 고 박갑천 선생의 재미있는 어원 이야기와 다른 어원설을 종합해 보면, 사바사바의 말밑은 크게 세 군데에서 찾을 수 있다.

 

첫 번째가 고등어 두 마리설이다. 일본말 사바(さば)는 고등어를 뜻한다. 지금은 흔하지만, 일제 때 고등어는 값비싸고 일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생선이었다고 한다. 청탁할 일이 있어서 고등어 한 손을 들고 일본인 순사를 찾아가면 ! 사바사바하고 반기며 일을 처리해 주었다는 데서 사바사바라는 말이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의 고수레처럼 밥을 먹기 전에 아귀(餓鬼)에게 한술 떠주는 밥을 가리키는 일본말 사바(散飯/生飯)로 보는 견해이고, 세 번째는 속세를 뜻하는 사바(裟婆)에서 왔다는 설이다. 옳지 못한 수단과 방법이 난무하는 사바세계를 살아가자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이 사바사바라는 것이다.

 

 

짬짜미 () 남모르게 자기들끼리만 짜고 하는 약속이나 수작.

 

쓰임의 예 아내의 밤늦게 돌아오는 그 일에 분명 노파의 짬짜미가 있으리라. (현덕의 소설 남생이에서)

 

              ★ 언년이는 숨도 안 쉬고 주워섬겨 쌓더니 누가 알면 안 되는 것을 우리끼리만 알고 짬짜미를 할 때처럼 갑자기 눈을 박아 뜨면서 속껍질만 남은 목소리로 다음 말을 하였다. (이문구의 소설 내 몸과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에서)

 

              ★ 국민연금법과 사학법 짬짜미 즉각 중단하라. (참여연대 보도자료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속닥속닥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은밀하게 자꾸 이야기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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