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ㅎ’ 뒤에 ‘ㄴ’이 결합할 때에는 ‘ㅎ’을 [ㄴ]으로 발음한다. 그래서 ‘ㅎ’으로 끝나는 용언 어간 뒤에 ‘ㄴ’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결합하면 ‘놓는[논는], 쌓네[싼네]’와 같이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것을 ‘ㅎ’이 ‘ㄴ’ 앞에서 곧바로 ‘ㄴ’으로 바뀌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놓는[논는], 쌓네[싼네]’ 등에서 ‘ㅎ’을 [ㄴ]으로 발음하는 것은 뒤에 오는 ‘ㄴ’에 동화되는 현상인데, ‘ㄴ’에 동화되어 ‘ㅎ’이 [ㄴ]으로 발음되려면 먼저 [ㄷ]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놓는[녿는 → 논는]’, ‘쌓네[싿네 → 싼네]’에서와 같이 먼저 ‘ㅎ’이 대표음인 [ㄷ]으로 바뀐 후 ‘ㄴ’에 동화되어 [ㄴ]이 되었다고 해석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이것은 제18항에서 음절 종성에 놓일 때 [ㄷ]으로 발음되는 자음 목록에 ‘ㅎ’을 포함한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붙임]에서는 'ㄶ, ㅀ' 뒤에 ‘ㄴ’이 결합하는 경우를 설명하고 있다. 이때에는 ‘ㅎ’이 발음되지 않고 앞의 자음인 ‘ㄴ’과 ‘ㄹ’이 발음된다. 따라서 ‘않네’는 [안네], ‘뚫네’는 [뚤네 → 뚤레]로 발음된다. [뚤네 → 뚤레]의 변화는 ‘ㄹ’ 뒤에 오는 ‘ㄴ’이 ‘ㄹ’로 바뀌는 음운 현상에 따른 것으로 표준 발음법 제20항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4. ‘ㅎ’ 뒤에 모음이 오더라도 ‘ㅎ’은 온전히 발음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ㅎ’이 다른 자음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탈락한다. ‘ㅎ’ 뒤에 모음이 오는 경우는 ‘ㅎ’으로 끝나는 용언 어간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형식 형태소(어미, 접미사)가 결합할 때인데, ‘낳은[나은], 쌓이다[싸이다], 끓이다[끄리다]’에서 보듯 모두 ‘ㅎ’이 탈락한다. ‘ㅎ’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형식 형태소가 오면 원래는 연음이 일어나서 받침 ‘ㅎ’은 다음 음절의 초성으로 발음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탈락한다.
‘ㅎ’이 단어 둘째 음절 이하의 초성에 놓이면 ‘ㅎ’을 온전하게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다. 가령 한자어 중 ‘고향, 면허, 경험, 실학’과 같은 단어나 ‘진술하다, 신선하다, 셈하다, 주저하다’와 같은 복합어에서는 ‘ㅎ’을 그대로 발음해야 하는 것이다. 현실 발음에서는 이런 경우의 ‘ㅎ’을 발음하지 않기도 하는데, 모두 표준 발음은 아니다.
● ‘ㅎ’의 발음 변화
‘닿소[다:쏘]’와 같이 'ㅎ(ㄶ, ㅀ)' 뒤에 ‘ㅅ’이 결합할 때 ‘ㅎ’과 ‘ㅅ’이 [ㅆ]으로 실현되는 것을 설명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앞서 보인 대로, ‘ㅎ’과 ‘ㅅ’이 곧바로 축약되어 [ㅆ]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ㅎ’이 먼저 대표음 ‘ㄷ’으로 바뀌고(ㅎㅅ → ㄷㅅ) ‘ㄷ’ 뒤에서 ‘ㅅ’이 경음으로 바뀐 후(ㄷㅅ → ㄷㅆ) ‘ㅆ’ 앞에서 ‘ㄷ’이 탈락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비록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실제로 각 단계를 현실 발음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 단 표준 발음법에서는 ‘젖살[젇쌀]’과 같이 ‘ㅆ’ 앞의 ‘ㄷ’을 온전히 발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과 충돌이 일어난다는 점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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