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표준어규정 해설

제2부 표준 발음법 제4장 받침의 발음 제15항

튼씩이 2019. 10. 31. 08:19




이 조항은 받침을 가진 말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실질 형태소가 올 때 해당 받침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를 규정하고 있다. 제13항, 제14항과 비교할 때, 받침을 가진 말 뒤에 오는 형태소가 형식 형태소가 아닌 실질 형태소라는 차이점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로 받침의 발음 양상도 달라진다. 가장 큰 차이점은 연음이 되지 않는 대신, 받침이 대표음인 [ㄱ, ㄷ, ㅂ] 중 하나로 바뀐 후 뒤 음절의 초성으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을 흔히 연음과 대비하여 절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젖어미, 겉옷’의 ‘젖, 겉’과 같은 홑받침을 가진 말의 경우 대표음 중 하나로 바뀐 후 뒤 음절의 초성으로 이동하여 ‘[저더미], [거돋]’이 된다. ‘값있다’의 ‘값’과 같이 겹받침을 가진 말은 자음이 하나 탈락하여 대표음으로 바뀐 후 역시 뒤 음절의 초성으로 이동하여 [가빋따]가 된다.


이 조항에서는 받침으로 끝나는 말 뒤에 오는 모음의 종류를 ‘ㅏ, ㅓ, ㅗ, ㅜ, ㅟ’로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음들은 단모음 ‘ㅣ’ 또는 반모음 ‘ㅣ[j]’로 시작하는 ‘ㅑ, ㅕ, ㅛ, ㅠ’와 같은 이중 모음을 제외한 나머지 모음들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여기에 빠진 ‘ㅚ, ㅐ, ㅔ’ 등도 실제로는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단모음 ‘ㅣ’나 반모음 ‘ㅣ[j]’로 시작하는 이중 모음들을 제외한 것은, 받침으로 끝나는 말 뒤에 ‘ㅣ, ㅑ, ㅕ, ㅛ, ㅠ’로 시작하는 실질 형태소가 오면 ‘ㄴ’이 첨가되어 이 조항에서 규정하는 발음 양상과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앞일[암닐], 꽃잎[꼰닙]’의 경우 ‘[아빌], [꼬딥]’이 되지 않고 뒷말의 초성에 ‘ㄴ’이 첨가된 후 다시 첨가된 ‘ㄴ’에 의해 앞말의 받침이 동화된다.(표준 발음법 제29항 참조)


다만, ‘맛있다, 멋있다’의 경우 원래 규정대로라면 ‘맛, 멋’의 ‘ㅅ’이 대표음 [ㄷ]으로 바뀐 후 초성으로 넘어가므로 ‘[마딛따], [머딛따]’가 올바른 발음이지만 현실 발음에서 ‘[마싣따], [머싣따]’가 많이 나타나므로 이것도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붙임]에 나오는 예 중 ‘값어치’는 ‘-어치’가 접미사로 다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음이 되는 대신 겹받침 중 하나가 탈락한다는 점에서 예외적이다. 현재의 국어사전에서는 ‘-어치’를 접미사로 다루고 있지만 이 말은 역사적으로 실질 형태소로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값어치’에서는 연음이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맛있다/멋있다’의 발음


‘맛있다[마딛따/마싣따], 멋있다[머딛따/머싣따]’의 두 가지 표준 발음 중 [마싣따]와 [머싣따]의 경우 받침 ‘ㅅ’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실질 형태소 앞에서 [ㄷ]으로 발음되지 않는 이유는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견해가 있다.


먼저 ‘맛이 있다, 멋이 있다’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맛이 있다. 멋이 있다’의 경우 ‘맛, 멋’ 뒤에 형식 형태소인 주격 조사 ‘이’가 결합했으므로 연음이 되어 [마시 읻따], [머시 읻따]가 되며 이것이 줄어들어 [마싣따], [머싣따]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또 다른 견해는 단어 내의 경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맛있다. 멋있다’는 ‘맛/멋’과 ‘있다’가 결합한 합성어이지만, 사람들이 ‘맛있다’, ‘멋있다’를 내부에 경계가 없는 한 단어로 인식하여 [마싣따], [머싣따]로 발음한다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