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표준어규정 해설

제2부 표준 발음법 제4장 받침의 발음 제16항

튼씩이 2019. 11. 1. 08:21




이 조항은 자음 글자를 나타내는 명칭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형식 형태소가 결합할 때의 발음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받침을 가진 말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형식 형태소가 오면 연음이 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므로 ‘지읒이, 치읓이, 피읖이’ 등은 각각 ‘[지으지], [치으치], [피으피]’로 발음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이 조항에 따르면 ‘디귿, 지읒, 치읓, 키읔, 티읕, 피읖, 히읗’에는 이러한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것은 자음의 명칭이 정해진 당시의 현실 발음을 고려한 조치이다. 사실 ‘디귿’을 제외한 ‘지읒, 치읓, 키읔, 티읕, 피읖, 히읗’과 같은 명칭은 1933년의 ‘한글 마춤법 통일안’ 제정 당시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한글 자모의 명칭은 최세진의 “훈몽자외(1527)”에서 비롯하는데, 당시에는 ‘ㅈ, ㅊ, ㅋ, ㅌ, ㅍ, ㅎ’이 초성에만 쓰이는 글자였기 때문에 그 명칭도 ‘지, 치, 키, 티, 피, 히’와 같이 1음절이었다. 그러다가 모든 글자들을 종성에 표기하도록 표기법이 바뀌면서 이 글자들의 명칭도 2음절로 바뀌었다.


이렇게 새로이 만들어진 글자의 명칭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가 올 때 받침을 어떻게 발음할지에 대한 논란은 1930년대에도 있었다. 당시 조선어학회에서 간행하던 학수지인 “한글”에는 이런 경우 연음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나오는데, 이에 대해 연음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답변을 하여 현재의 표준 발음법에서 규정한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표준 발음법을 정할 당시에는 실제 발음을 중시하여 현대와 같은 규정이 나오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조항은 현실 발음만을 표준 발음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다른 조항과 구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