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항은 ‘ㄹ’이 특정 자음 뒤에서 ‘ㄴ’으로 바뀌는 현상을 규정하고 있다. 이 현상은 자음으로 끝나는 말 뒤에 ‘ㄹ’로 시작하는 말이 결합할 때 일어나며 주로 한자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음과 자음이 결합할 때 일어나기 때문에 자음 동화의 하나로 다루어져 왔지만 그 해석에는 논란이 없지 않다.(‘더 알아보기’ 참조)
이 조항의 구성을 보면 본문에서는 ‘ㅁ, ㅇ’ 뒤에서 일어나는 경우만 언급하고 [붙임]에서는 ‘ㄱ, ㅂ’ 뒤에서 일어나는 경우만을 언급하여 두 가지를 분리해서 다루고 있다. 이러한 방식을 택한 이유는 ‘ㄱ, ㅂ’ 뒤에서 이 현상이 일어날 경우 제18항에서 규정한 비음화가 추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ㅁ, ㅇ’ 뒤에서는 ‘ㄹ’이 ‘ㄴ’으로 바뀌지만 ‘ㄱ, ㅂ’ 뒤에서는 ‘ㄹ’이 ‘ㄴ’으로 바뀐 후 다시 ‘ㄴ’에 의해 선행하는 ‘ㄱ, ㅂ’이 ‘ㅇ, ㅁ’으로 바뀐다. 이때 두 음운 변동 사이의 순서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가령 ‘막론’의 경우 ‘ㄱ’ 뒤에서 ‘ㄹ’이 ‘ㄴ’으로 바뀐 후 ‘ㄴ’에 의해 ‘ㄱ’이 ‘ㅇ’으로 바뀐다. ‘ㄱ’이 ‘ㄹ’ 앞에서 ‘ㅇ’으로 바뀔 수는 없으므로 ‘ㄱ’ 뒤에서 ‘ㄹ’이 먼저 ‘ㄴ’으로 바뀌는 것이다.
<더 알아보기>
● 제19항에 대한 다른 의견
제19항에서 다루는 현상은 흔히 자음 동화에 속한다고 보지만 그렇게 해석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사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하나는 이 현상이 어떤 자음 뒤에서 일어나는지를 알아야 하고, 다른 하나는 이를 바탕으로 하여 이 현상이 어떤 점에서 동화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첫 번째 문제와 관련하여 이 조항에서는 ‘ㅁ, ㅇ’과 ‘ㄱ, ㅂ’의 네 자음 뒤에서 이 현상이 일어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4종류의 자음 뒤로 국한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ㄹ’에 앞서는 자음은 음절 종성에 놓이는데 음절 종성에서는 7종류의 자음(ㄱ, ㄴ, ㄷ, ㄹ, ㅁ, ㅂ, ㅇ)만이 발음될 수 있다. 이 중 ‘ㄹ’ 뒤에서는 ‘ㄹ’이 ‘ㄴ’으로 바뀌지 않는다. 또한 ‘ㄴ’ 뒤에서는 이 조항에서 규정하는 현상 이외에 유음화 현상이 적용되기도 한다.(표준 발음법 제20항 참조) 한편 이 현상은 주로 한자어에서 일어나는데 한자 중에는 그 음이 ‘ㄷ’으로 끝나는 것이 없다. 이러한 사정들로 음절 종성에서 발음되는 7종류의 자음 중 ‘ㄴ, ㄷ, ㄹ’이 빠져 이 조항에서 언급한 ‘ㄱ, ㅁ, ㅂ, ㅇ’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현상이 일어나는 조건과 관련해서는 이견도 없지 않다. 이 현상이 비음인 ‘ㅁ, ㅇ’ 뒤에서만 일어난다고 보고 ‘ㄱ, ㅂ’은 그 조건에서 제외해 버리는 견해도 있다. 이것은 이 현상을 동화로 보기 위한 조건이 되는 자음을 비음으로 국한한 결과이다. 비음 뒤에서 ‘ㄹ’이 비음인 ‘ㄴ’으로 바뀐다고 해석하면 이 현상이 앞선 비음에 동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비음뿐만 아니라 ‘ㄱ, ㅂ’과 같은 자음 뒤에서도 이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합리적인 견해라고 보기는 어렵다.
두 번째 문제는 이 현상이 과연 동화인가 하는 것이다. 표준 발음법에는 이 현상이 동화에 속하는 것으로 처리되어 있다. 또한 전통적으로도 이 현상은 두 개의 자음이 인접할 때 일어나는 동화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ㄱ, ㅂ’의 어떤 특징에 동화가 되어 ‘ㄹ’이 ‘ㄴ’으로 바뀌었는지를 명확히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 현상을 동화에서 제외하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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