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항은 유음화 현상에 대해 규정한 것이다. ‘ㄹ’과 ‘ㄴ’이 인접하면 ‘ㄴ’이 ‘ㄹ’에 동화되어 ‘ㄹ’로 바뀌게 된다. 이 현상이 동화에 속한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현상은 ‘ㄴ’이 ‘ㄹ’에 앞서는 경우와 ‘ㄴ’이 ‘ㄹ’ 뒤에 오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1)은 ‘ㄴ’이 ‘ㄹ’에 앞설 때 ‘ㄹ’로 동화하는 예이다. 그런데 ‘ㄹ’ 앞의 ‘ㄴ’이 항상 ‘ㄹ’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ㄹ’ 앞의 ‘ㄴ’이 ‘ㄹ’로 바뀌는 대신 ‘ㄴ’ 뒤에 있는 ‘ㄹ’이 ‘ㄴ’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것은 ‘다만’에 제시되어 있는 ‘의견란[의:견난], 생산량[생산냥]’과 같은 예에서 찾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ㄴ’과 ‘ㄹ’이 만날 때에는 앞의 ‘ㄴ’이 ‘ㄹ’로 바뀌기도 하고 뒤의 ‘ㄹ’이 ‘ㄴ’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처럼 ‘ㄴ’이 ‘ㄹ’ 앞에 올 때 상이한 두 가지 음운 변동 중 어떤 것이 적용되는지를 명확히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즉 어떤 경우에 ‘ㄴ’이 ‘ㄹ’로 바뀌고 어떤 경우에 ‘ㄹ’이 ‘ㄴ’으로 바뀌는지가 분명하게 나누어지지는 않는 것이다. 다만 대체로 ‘의견-란, 생산-량’ 등과 같이 ‘ㄴ’으로 끝나는 2음절 한자어 뒤에 ‘ㄹ’로 시작하는 한자가 결합할 때에는 ‘ㄹ’이 ‘ㄴ’으로 바뀌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난로, 신라’ 등과 같이 단어의 자격을 가지지 않는 한자들이 결합하여 한 단어를 이루는 경우에는 ‘ㄴ’이 ‘ㄹ’로 바뀌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2)는 ‘ㄴ’이 ‘ㄹ’ 뒤에 올 때 ‘ㄹ’로 동화되는 예이다. 이러한 유음화는 합성어나 파생어에서 많이 보이지만 용언의 활용형에서도 보인다. (1)과 같은 유음화는 용언의 활용형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드러난다. 그런데 용언의 활용형에 적용되는 유음화는 [붙임]에서 보듯이 'ㄾ, ㅀ'과 같이 ‘ㄹ’로 시작하는 겹받침을 가진 어간 뒤에서만 적용될 뿐이다. ‘ㄹ’로 끝나는 용언 어간의 경우 ‘아는[아ː는](←알-+-는), 무는[무는](←물-+-는)’에서 보듯 ‘ㄹ’이 탈락하기 때문에 유음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요컨대 용언 활용형에서의 유음화는 ‘ㄹ’로 시작하는 겹받침 중 음절 종성에서 [ㄹ]로 발음되는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할는지’가 [할른지]로 발음 나는 것은 어간과 어미가 결합하며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이는 어미 ‘-ㄹ는지’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서 다른 예와는 경우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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