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간 적이 있다. 홍콩발 프놈펜 행 비행기 안에서 잡지를 뒤적이다 프놈펜을 한자로는 ‘금변(金邊)’으로 표기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금변’, 즉 ‘황금의 변두리’라는 작명의 배경이 궁금했다. 마침 비행기는 착륙을 위해 기수를 낮추고 있었다. 저녁 6시 무렵이었다.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던 나는 순간 마음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황금의 변두리’를 발견했던 것이다. 도시는 벌써 짙은 어둠으로 덮여 있는데, 변두리를 따라 둥글게 황금빛 노을이 불타고 있었다. 검은 도화지 위에 거대한 금반지 한 개가 놓여 있는 듯했다. ‘황금의 변두리’에 포위되어 있는 프놈펜을 내려다보며 나는 중심과 변두리에 대해 생각했다. 중심이 있기에 변두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변두리가 있기 때문에 비로소 중심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 중심이 되기를 포기하고 손잡고 둘러서서 중심을 탄생시키는 변두리들, 그런 변두리들을 위해 누군가가 ‘황금의 변두리’라는 헌사를 지어낸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변두리, 가장자리, 가녘, 언저리, 둘레, 시울… 다 비슷비슷한 뜻을 가진 말들이다. 가장자리라는 말을 생각해 보자. 나는 이 말을 볼 때마다 대한민국의 가련한 가장들이 생각난다. 가장자리는 ‘요즘 가장들의 자리’인 것이다(물론 집의 중심에서 큰소리치며 살아가는 가장들이 없지는 않겠지만). 언저리의 옛말은 ‘시욹’인데, 이것이 변해 시울이 된 것으로 짐작된다. 입술의 본적(本籍)이 입시울이라는 정도는 다들 알 것 같고, 눈시울은 눈의 언저리에서도 특히 속눈썹이 난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벙거지는 털로 검고 두껍게 만들어 갓처럼 쓰는 물건인데, ‘벙거지 시울 만지는 소리’는 아주 모호하게 요령 없이 하는 말을 가리킨다. 벙거지는 주로 군졸들이 쓰던 것인데, 벙거지 시울을 만지면서 도대체 무슨 소리를 했기에 지금까지 이런 말이 전해지는지 궁금하고도 재미있다.
시울 (명) 약간 굽거나 휜 부분의 가장자리. 흔히 눈이나 입의 언저리를 이를 때에 쓴다.
쓰임의 예 ★ 그녀의 눈빛에는 조금도 우수의 그림자가 없었고 오히려 앙칼스러움과 섬뜩하게 느껴질 만큼 시울이 날카로웠다. (문순태의 소설 『피아골』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눈시울 – 눈의 언저리에서도 특히 속눈썹이 난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