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은 ‘가운데 있는 동’이라는 뜻이고, 동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또는 ‘어디서 어디까지’라는 시-공간적 개념을 가진 말이다. 동아리나 동강이(준말은 동강) 같은 말들도 동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동아리는 ‘크거나 긴 물건을 몇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 말할 때 그 중 어느 한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고, 동강이는 ‘일정한 부피를 가진 긴 물건의, 짤막하게 잘라진 부분이나 쓰고 남아 짤막하게 된 부분’을 뜻하는 말이다. “나무 밑동” 할 때의 밑동은 ‘밑에 있는 동’이라는 뜻으로 아랫동아리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다.
동안은 ‘동의 안’을 뜻하는 말로, 일반적으로 시간의 길이를 나타내는 말로 많이 쓰이지만, 두 지점 사이의 거리를 나타낼 때도 쓸 수 있는 말이다. 이를테면 “우리 집은 가게에서 동안이 멀지 않다”처럼 쓸 수가 있다. 따라서 ‘동떨어지다’는 ‘시-공간적으로 거리가 멀리 떨어지다’, 나아가서 ‘둘 사이에 관련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 지금 말하고 있는 중동과는 동떨어진 중동에 대해 말해 보자. 바로 중동(中東)이다. 지금 한국 경제의 토대가 된 70∼80년대 ‘중동 붐’이 그곳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중동은 유럽에서 볼 때, 극동(極東)과 근동(近東)의 중간 지역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여기서 ‘동(東)’은 그냥 동쪽이 아니라 ‘유럽의 동쪽’, 즉 아시아를 가리키는 것이다. 극동은 영어로 ‘Far East’이기 때문에 원동(遠東)이라고도 하는데, 한국·중국·일본·대만이 여기에 속한다고 돼 있다. 근동은 ‘유럽에 가까운(近) 아시아(東)’라는 뜻이다. 극동-중동-근동의 분류는 아시아의 대부분, 이를테면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 남아시아를 아예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철저하게 서양 중심적이고 제국주의적인 시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극동이라는 말은 변방, 변두리라는 뉘앙스를 짙게 풍기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극동은 동아시아, 중동과 근동은 서남아시아 또는 서아시아로 바꿔 부르는 것이 좋겠다.
중동 (명) 사물의 중간이 되는 부분이나 가운데 부분.
쓰임의 예 ★ 창석이는 입을 꼭 다문 채 이쑤시개를 했던 성냥개비의 중동들을 다시 꺽기 시작했다. (한승원의 소설 『해일』에서)
★ 서태석의 지시에 따라 소작들은 밧줄로 비석 중동을 잡아맸다. (송기숙의 소설 『암태도』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동강이 – 일정한 부피를 가진 긴 물건의, 짤막하게 잘라진 부분이나 쓰고 남아 짤막하게 된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