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자리를 가리키는 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나를 중심으로 생각해 보자. 머리맡은 누울 때 머리를 두는 곳, 발치는 발을 뻗는 곳, 옆발치는 발치의 옆이다. 베갯머리송사가 진행되는 베갯머리는 머리맡과 어금지금하다. 어금지금하다는 것은 비슷하다는 말이다. 베갯머리송사는 베갯밑공사라고도 하는데, 잠자리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바라는 바를 속삭이며 조르는 일이다. 왜 하필이면 잠자리에서 조르는 것인지는 말 안 해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밥상머리는 밥상을 받고 앉은 사람의 맞은편 쪽을 가리킨다.
먼발치는 조금 멀찍이 떨어져 있는 곳, 구름발치는 멀리 떠 있는 구름의 맨 끝 부분의 언저리, 마구발치는 마구간의 뒤쪽이다. 왼데는 멀리 떨어져 있는 곳 또는 일정한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를 뜻하고, 한데는 집 바깥 또는 노천(露天), 한터는 넓은 빈터를 가리킨다. 난데는 다른 고장이고, 난밭은 지정한 범위 밖의 바닥을 말한다. 윷놀이에서도 윷을 던지도록 정해진 바닥이 아닌 바닥을 난밭이라고 하는데, 난밭에 떨어진 윷짝은 벌윷이라고 한다. 버렁은 어떤 물건이 차지한 범위나 둘레를 가리킨다. 또 어떤 범위의 속은 테안, 바깥은 테밖이라고 한다.
구석빼기나 구석바지는 구석진 자리, 한모퉁이나 길체는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구석진 자리를 가리킨다. 안쪽으로 쑥 들어간 곳은 안침이라고 한다. 안침술집이라고 할 때의 그 안침이다. 맞은편을 뜻하는 것으로는 과녁빼기, 맞은 바래기, 맞받이 같은 말들이 있다.
살피는 두 땅의 경계 또는 그 경계를 나타내는 표를 가리킨다. 어름은 두 물건의 끝이 닿은 자리, 어간은 시간이나 공간의 사이 또는 집안의 넓은 사이를 가리키는데, 집터의 경계선은 전곡이라고 한다. 터전은 자리를 잡고 앉은 곳이고, 부자리는 붙박이로 자리 잡고 있는 곳, 한바닥은 번화한 곳의 복판이 되는 땅이다.
한데 (명) 사방, 상하를 덮거나 가리지 아니한 곳. 곧 집채의 바깥을 이른다.
쓰임의 예 ★ 식구 여섯에 집이 없으니 당장 한데서 잘 판이 되어 버린 거죠. (홍성원의 소설 『육이오』에서)
★ 한데나 다름없는 대합실 안은 새벽이면 이불을 덮었어도 추웠다. (채만식의 소설 『소년은 자란다』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버렁 – 어떤 물건이 차지한 범위나 둘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