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고려인은 모두 독립군의 후손이다” 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2019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고려인 동포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말을 언급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과연 이 말이 사실일까? 그렇다면 어떤 근거로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말은 틀림 없는 사실이고 카자흐스탄에만 해도 항일 독립운동 유공자 후손 450여 명이 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까지 대략 확인된 숫자일 뿐 추후 발굴 여하에 따라 그 수는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1. 《대한민국 독립투쟁가 후손회 ‘독립’》 단체에서 펴낸 소련지역 고려인 독립운동가 소개 책자 『(소련지역 항일 독립운동에 헌신한) 대한민국의 영웅들』 (카자흐스탄 알마티, 2005년)
2. 카자흐스탄 국립대학 학생회관에서 열린 제71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 소식이 실린 고려인 모국어신문 〈고려일보〉(2010년 11월 19일)
이들은 오래전에 뜻있는 단체를 만들어 고려인사회에 선조들의 자랑스러운 행적을 알리고 애국심을 선양해왔다.
카자흐스탄 고려인독립운동가 후손 단체가 처음 만들어진 건 1995년 8월이다. 고려인 사회의 저명한 활동가 허진의 창의로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에 거주하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1910-1945년 대한민국 독립운동가 후손》 단체를 조직해 모스크바에 등록한 것이 그 시초다.
그런데 소련 붕괴의 여파로 카자흐스탄과 러시아가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되어버려 서로 간에 긴밀한 소통과 회합을 이루는 데 큰 어려움이 생기자 카자흐스탄 고려인독립운동가 후손들은 1997년에 독자적으로 ‘대한민국 독립투쟁가와 그 후손들’의 단체인 《독립》을 결성하기로 했다.
여기에 광주 출신의 작곡가 정추와 그 가족, 철학자 박일, 고려인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의 후손,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이동휘의 후손, 독립운동가 황운정의 후손 등 1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독립》은 1998년 4월 22일 공식 출범하여 정추를 초대 회장으로 선출하였다. 그리고 2001년 12월 1일 《대한민국 독립투쟁가 후손회 ‘독립’》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독립유공자 계봉우의 손자 계 니꼴라이를 회장으로 선임하였다.
이후 이 단체는 계 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3·1절과 순국선열의 날(11월 17일) 기념식을 주관하며 고려인사회를 뜻있는 길로 인도했다. 이 두 날은 곧바로 고려인들에게 가장 기다려지는 기념일로 자리 잡아 행사 당일에는 참가자들이 430석의 알마티한국교육원 대강당의 객석뿐만 아니라 통로까지 가득 채워 3월과 11월의 쌀쌀한 날씨가 뜨거운 열기로 바뀌어버렸다.
이 단체는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 참가한 이들에게 매년 자체적으로 만든 독립운동가 홍보 달력과 애국 서적을 배포해오고 있다. 애석하게도, 누구보다 열렬히 애국심을 선양했던 계 니꼴라이 회장이 2017년 4월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독립운동가 안철의 후손 안 스따니슬라브가 잠시 회장직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2019년 5월 최재형의 증손녀 박 따찌야나가 새 회장으로 선출되었고 박 회장 체제에서 《독립》은 단체를 안정적인 재단으로 꾸리기로 결정하고 그해 8월 20일 《자손재단》을 창립했다. 《자손재단》은 계 니꼴라이 회장이 닦아놓은 길을 따라 고려인들에게 조상들의 자랑스러운 독립운동 행적을 알리고 후손들에게 애국심을 심어주는 데 땀방울을 쏟고 있다.
현재, 카자흐스탄에는 독립운동가 최재형의 후손 77명, 민긍호 의병장 후손 37명, 황경섭 후손 7명, 이동휘 후손 16명, 계봉우 후손 62명, 오성묵 후손 12명, 김경천 후손 38명, 채 그리고리 후손 44명, 최고려 후손 1명, 최계립 후손 51명, 황운정 후손 15명, 최성학 후손 77명, 안철 후손 3명 등 445명이 살고 있다.
홍범도 장군의 후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19년 4월에는 계봉우, 황운정 두 분의 유해가 국내로 봉환되었다.
김 병 학 : 광주고려인마을 산하 고려인역사유물전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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