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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천문과학 - 조선전기 자동물시계의 주전(籌箭)

튼씩이 2022. 6. 9. 07:53

3) 조선전기 자동물시계의 주전(籌箭)


최근에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 79번지의 공평구역 제15·16 지구 도시환경
정비사업부지 내 유적에서 금속활자, 일성정시의 부품 등과 더불어 자동물시계 부품인 주전(籌箭)이 발굴되었다.


『세종실록』에 기술된 자격루는 크게 물의 양이나 유속 등을 조절하는 수량
제어 장치와 이를 바탕으로 시간을 자동으로 알리는 시보장치(time-signal device)로 구성되는데, 이 둘을 연결하는 부전(float-rod) 및 방목(ball-rack mechanism)의 동판(copper-rod)과 구슬방출기구(ball-release appartus)를 포괄하는 주전시스템(Jujeon System)은 신호발생장치이자 동력전달장치이다.


조선전기 자동물시계의 주전으로 판단되는 서울 공평동에서 발굴된 동제품은
동판과 구슬방출기구(지름 3.8cm)로 구분된다. 동판에는 여러 개의 원형 구멍과 ‘一箭’(1st rod)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고, 구슬방출기구는 원통형(단면 사다리꼴)으로 양쪽에 은행잎 형태의 구슬막이와 갈고리가 부착되어 열고 닫을 수 있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형태와 구조는 김돈의 「보루각기」의 내용과 일치한다. 또한 보루각 자격루와 흠경각 옥루에 관련된 실록의 여러 기록에 따르면 이러한 동판과 구슬방출기구를 주전으로 기록하고 있다.


「보루각기」에 따르면, 방목의 좌측에는 잣대의 높이와 같은 동판이 설치되고
12개의 구멍을 뚫어 각기 작은 구슬을 저장했다가 방출하는 구슬방출기구가 설치되어 12시진(12 double-hours)을 제어하고, 우측의 동판에는 25개의 구멍을 뚫고 각기 구슬방출기구가 설치되는데, 동판은 12개의 잣대에 맞춰 모두 12개의 판이 있어 절기에 따라 바꿔 쓰며 밤 시간인 경점(更點, night-watch and night-watchdivision) 시각을 제어한다. 절기에 따른 잣대 사용의 지침서인 『누주통의(漏籌通義)』에 따르면, 1전 동판은 동지(冬至) 첫날부터 대한(大寒) 후 2일까지, 소한(小寒) 전 4일부터 동지 전 1일까지 사용되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번에 공평동에서 출토된 동판 유물은 명문이 있는 일전동판 외에 출토유물의 구멍 간 간격을 고려하였을 때 3전 동판과 6전 동판임을 확인했다.

 

 

한편, 「보루각기」의 방목에 설치된 경점용 동판은 너비가 약 5cm로 기록하고
있는데, 이번 출토 동판 유물은 너비가 약 11cm이다. 이러한 점을 보면 중종 31
년(1536년) 창덕궁에 설치된 새 보루각을 완성하면서 개량한 주전 또는 조선 전기에 사용한 흠경각 옥루(1438년, 1554년)의 주전일 가능성이 있다.


필자 등에 의한 이번 연구를 통해 문헌으로만 알려진 주전(Jujeon) 시스템에 대
한 개념과 작동메커니즘을 명확히 규명할 수 있었다. 또한 발굴된 주전 유물의 실측 자료를 바탕으로 11개 주전에 대한 세부 설계도 작성과 복원 조감도를 완성했다. 특히 경점주전은 25개의 밀집된 구슬방출구가 콤팩트하게 구성하고 절기에 따라 탈착이 용이한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주전시스템을 적용한 조선전기 자동물시계류의 원형 복원에 도움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