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해시계와 별시계인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는 해시계와 별시계의 기능을 하나로 고안하여 낮과 밤의 시간을 측정할 수 있도록 만든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천문 관측 의기(儀器)로서, 세종 19년(1437년)에 최초로 만들어졌다. 이 기기는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것으로 해시계의 원리와 별들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규칙적으로 회전한다는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일성정시의의 구조와 원리 그리고 사용법은 세종 19년(1437년)의 『세종실록』에 실린 김돈의『간의대기』서문 중「일성정시의명병서(日星定時儀銘幷序)」와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세종실록에는 “처음에 임금이 주야 측후기(晝夜測候器)를 만들기를 명하여 이름을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라 하였는데, 이에 이르러 이룩됨을 보고하였다. 모두 네 벌[件]인데, 하나는 내정(內庭)에 둔 것으로 구름과 용을 장식하였으며,나머지 셋은 다만 발이 있어 바퀴자루[輪柄]를 받고 기둥을 세워 정극환(定極環)을 받들게 하였다. 하나는 서운관(書雲觀)에 주어 점후(占候)에 쓰게 하고, 둘은 함길·평안 두 도의 절제사 영에 나누어 주어서 군중의 경비하는 일에 쓰게 하였다”. 이의 기록에서 서운관에서 시간의 측정은 물론 군영에 보내어 군사적으로 사용하게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일성정시의 구조를 보면, 주천도분환(周天度分環), 일구백각환(日晷百刻環), 성구백각환(星晷百刻環), 정극환(定極環), 계형(界衡), 용주(龍柱), 부(趺, 받침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일귀백각환으로는 낮의 시간을, 성귀백각환으로는 밤의 시간을 측정한다.
일성정시의로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극축(極軸)조정을 해야 한다. 극축 조정은 관측자가 십자거 중앙에 있는 구멍을 통해 구멍의 중심과 정극환의 중심을 북극성에 일치시켜 북극(北極) 축을 맞춘다. 이때 받침대의 물 홈에 물을 채워 기기의 수평을 맞추어야 한다.
현재 우리는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고, 1시간을 60분, 1분을 60초로 나누는 시각법을 사용하고 있으나, 당시에는 하루를 12시 백각(百刻)으로 나누었다. 12시는 자시, 2시는 축시 등으로 불리었으며, 매 시는 초와 정으로 2등분하고, 초와 정은 각각 4와 1/6각으로 나누어 사용하였다. 1각은 현대 시간으로 14.4분에 해당한다.
시간 측정 방법은 환(環) 중앙에 수직으로 세워진 정극환(定極環)의 양쪽으로 실을 묶고, 환(環) 위에 놓인 계형(界衡)의 양 끝에 묶는다. 한 쪽 실의 그림자를 반대편 실에 일치시키고 그 때의 눈금을 읽어 시간을 측정한다.
낮 시간 측정 방법은 낮에는 해시계의 역할을 하여 시간을 측정한다. 그림과 같이 실1과 실2의 그림자가 종이에 맺혀지는데 이 두 그림자가 서로 겹쳐지면 계형이 태양의 방향을 가리키게 된다. 이때 눈금을 읽어 시간을 측정한다.
밤 시간 측정은, 별들은 그 위치가 항상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미리 뜨고 지는 시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미리 알아둔 별을 기준별로 삼고 두 개의 실을 별과 일치시키면 계형이 그 별을 가리키게 된다. 그 때의 눈금을 읽고 기준별이 뜨고 지는 시간을 계산하여 측정하면 된다.
세종대왕의 독창적인 창조물인 일성정시의는, 해시계로써 물시계(자격루)를 교정할 오정 시각을 정확히 구하는 기능을 담당하였으며, 별시계로써 북극성의 위치를 추적하여 천문 시간(항성시)을 구해 줌으로써 밤 시각을 정확히 측정하고, 아울러 365일의 날짜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기능을 담당하였다.
또한 일성정시의는 정극환의 방향을 한양에서의 북극 고도에 맞추어 사용함으로서 한양을 기준으로 한 국가 표준 시계 역할을 하였으며, 당시의 과학 기술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과학 천문 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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