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장식화, 상징과 염원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유재빈 (홍익대학교)
1. 궁중장식화란 무엇인가 – 개념
궁중장식화는 궁궐 공간을 장식하기 위해 사용된 그림을 의미한다. 내용상 길상적인 소재가 많고 표현이 관습적으로 반복되었기 때문에 민화와 유사한 점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궁중장식화는 오랫동안 민화의 범주에서 연구되거나 전시되었다.1) 그러나 왕실에서 사용되던 궁중 회화를 민화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식이 일면서 1990년대부터 궁중에서 사용된 것이 분명한 유물, 특히 일월오봉도와 모란도 등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2)
궁중 회화가 독립적인 연구 분야로 인식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궁중장식화 가 민화의 일환으로 다루어졌듯이 궁중 행사도는 풍속화의 범주에서, 궁궐도는 산수화의 범주에서 연구되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궁중의 소장품과 체계가 본래의 맥락을 잃고 근대 미술사, 박물관학 체제에 편입되면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조선시대 회화를 이해하는 큰 기준이었던 화가의 신분은 작품을 문인화와 화원화로 나누게 하였는데, 궁중회화는 화원화의 일부로 다루어지게 된 것이다.3)
궁중에서 사용되던 궁중 장식화가 민가의 그림에 영향을 미치게 된 이유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궁중의 회화가 사대부들에게 하사되거나 분급된 경우가 잦았다는 것이다. 궁중의 행사에 참가한 사대부들이 나누어 가진 계병은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이다. 도화서 화원들이 궁중에서 그린 병풍이 사대부의 집안에 장식되게 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시장의 수요 증대이다. 조선 후기이후 신흥 부유층의 문화적 소비 욕구가 커졌고 이를 공급하는 시장이 형성되었다. 한편 국가에서 지급하는 도화서 화원의 녹봉은 충분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외부의 주문에 응하거나 시장에 그림을 파는 것이 허용되었다. 이는 화원이 사용하던 소재와 화풍이 시장에 널리 퍼지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본 강연에서는 궁중 장식화의 전모를 소개하기 위해 궁중 장식화에 사용된 도상과 매체의 형식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다. 강연의 후반부에는 궁중장식화가 설치된 공간과 사용된 의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겠다.
1) 궁중장식화의 개념과 민화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음 참조. 강관식, 「조선후기 ‘민화’개념의 새로운 이해를 위한 小考: 조선후기 궁중 책가도」, 『미술자료』 66(2001), pp. 79-95; 김홍남, 「궁화: 궁궐 속의 “민화(民畫)”」, 『민화와 장식병풍』(국립민속박물관, 2006), pp. 334-347; 윤진영, 「궁중회화와 민화의 경계」, 『韓國民畵』4 (2013)
2) 대표적인 궁중장식화 연구로는 이수미, 「궁중장식화의 개념과 그 성격」, 『태평성태를 꿈꾸며』(국립춘천박물관, 2004), pp.82-89 와 『조선 궁궐의 그림』(돌베개, 2012) 속 다음 세 연구를 주목할 수 있다. 박정혜, 「궁중 장식화의 세계」, pp.12-182; 강민기, 「궁궐을 장식한 벽화」, pp.278-330; 윤진영, 「조선 말기 궁중양식 장식화의 유통과 확산」, pp. 333-405.
3) 궁중회화의 개념 및 연구사에 대해서는 유재빈, 「정조대 궁중회화 연구」(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6), I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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