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궁중 장식화의 형식
(1) 병풍
병풍은 18세기 이후 가장 일반적인 궁중 장식화의 매체 형태이다.12) 병풍은 이동이 가능한 가구이자 고정시키면 건축의 일부가 되었으며, 펼치면 그림과 글씨를 담을 수 있는 화면이 되었다. 병풍이 일상적으로 사용되었던 데에는 실용적인 이유도 크다. 궁궐 건축은 칸 마다 장지(障子)와 창호(窓戶)로 개폐가 가능한 유동적인 공간이었다. 병풍은 장지와 창호 앞에 세워져 한기를 막아 주는 훌륭한 방한 기구였다. 또한 가변적인 공간을 장식하기 위해서는 벽화보다 이동 가능한 병풍이 적합하였을 것이다.
병풍은 형식상 1폭짜리 삽병에서, 2폭 가리개, ‘ㄷ’자형 3폭 병풍, 짝수의 다폭 병풍까지 다양하다. <일월오봉도 삽병(日月五峰圖揷屛)>은 일월오봉도를 한 폭에 대형으로 그려 액자 형태의 나무틀을 두르고 별도의 받침대에 끼워 세우는 형식이다. 상부에는 도르래 바퀴가 두 개 달려 있어 어진의 밑그림인 초본이나 제작 중인 어진을 걸어서 상태를 살필 때 사용되었을 것이다.
3폭 병풍은 ‘ㄷ’자형으로 구획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야외에 설치된 어좌, 어진의 감실, 장례식의 신주를 모신 영좌(靈座) 등이 그것이다. 3폭 병풍은 가운데 폭이 넓고, 양쪽 폭이 짧아서 좌우로 가볍게 감싸는 형식이다.
4폭 이상의 다폭 병풍들은 짝수로 이루어졌는데 공간에 따라서 크기와 폭수가 다르다. 예를 들어 <모란도병풍>의 경우 190cm의 짧은 병풍(창덕 6431)부터 330cm가 넘는 거대한 병풍까지 다양하다. 크기가 큰 병풍들은 아마도 특정 의례나 어진 봉안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흉례시 병풍의 높이는 건물 마루에서 창방까지에 딱 맞게 재단되었다.13) 250cm가 넘는 대형 4첩 병풍들이 흉례시에 사면을 두른 병풍으로 추정된다. 어진을 모신 신선원전 당가 뒷벽의 모란병풍 역시 330cm로 대형 병풍이다.
12) 조선시대 병풍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은 다음 참조. 김수진, 「조선후기 병풍 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 박사학위논문, 2017.
13) 신한나, 「조선왕실 흉례의 의장용 병풍의 기능과 의미」(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학위 논문,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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