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 2073

‘프리 플로팅’보다는 ‘자유 주차 방식’으로

새로운 밀레니엄이 막 시작되던 2000년, 미국의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이『접속(접근)의 시대(The Age of Access)』라는 책을 펴냈다. 국내에는 ‘소유의 종말’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이 책에서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미래는 더 이상 물질을 ‘소유’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접근(접속)해서 ‘임대’하는 ‘공유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실로 접속과 공유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특히 대표적인 것이 ‘탈 것’의 공유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무료 자전거 ‘따릉이’를 비롯한 공유 자전거, 전기 킥보드 등이 길가에 세워져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프리 플로팅(free floating)’이라는 낯선 외국어도 자주 눈에 띄고 있다. 프리 플로팅이란 공유..

나만 몰랐어? 한글문화연대의 꾸준하고 든든한 행보

지난 10월 2일 한글문화연대 누리집에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한글문화연대 주관하에 2009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이 공모전은 올해로 벌써 15회를 맞이하였다. 한글문화연대가 우리말 보존을 위해 힘써온 대표적인 활동 사례다. 한글문화연대는 2000년에 창립되어, 우리말글을 아름답게 가꾸고 우리 말글살이의 잘못된 점을 바꿔왔다. 세계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잃어가는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찾고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독창적인 한글문화를 일구고자 활동하는 시민단체이다.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한글날 공휴일 지정 운동', 외국어로 만들어진 공공언어를 알기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쓰자는 '쉬운 말 운동' 등이 있다. 한글문화연대는 시민운동 외에도 관련 강좌를 열거나 공모전을 개최하여 우리말과 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으..

지구촌 시대의 “다정”한 한국어 수업

​ 지구촌학교 수업 현장(왼쪽)과 수업 교재(오른쪽)/사진=직접 촬영 “수업 시작합니다!” 9월 25일 월요일 오전 9시,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담임선생님의 밝은 목소리가 1학년 교실 안에 울렸다. 중국어, 영어, 한국어가 한데 섞여 들리던 교실이 조용해지고, 모두 제자리에 앉아 한국어 교재를 펼친다. ‘손’, ‘달’, ‘별’, 지구촌학교에 재학 중인 1학년 박우택 학생은 오늘 받침이 ‘ㄴ, ㄹ’인 단어를 배운다. 교재의 그림과 어울리는 단어를 찾아 선을 잇고, 그 단어를 천천히 따라 쓴다. 쓰기 어려운 글자가 있거나 어떻게 발음할지 모를 때는 선생님을 불러 도움을 받는다. 이 교실의 선생님은 총 네 명. 지구촌학교에서 근무하는 1학년 담임선생님 한 명과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 가정 한국어 교육 봉사 동..

생소한 ‘긱 이코노미’, 이해하기 쉬운 ‘일시 고용 경제’로

신조어는 ‘새로 생겨난 말’을 가리키지만, 구성 방법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원래 많이 쓰던 단어를 둘 이상 결합해서 새로운 의미를 보태 쓰는 방법이 그 하나라면, 다른 하나는 쓰기 시작한 지 비교적 오래되지 않은 단어를 새로 ‘발굴’해 요즘의 세태에 맞춰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 몇 차례에 걸쳐 살펴본 ‘아트 테크’, ‘퍼스널 컬러’, ‘블루 푸드’가 전자(단어 각각의 뜻을 보고 전체 용어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에 해당하고, 오늘 살펴볼 ‘긱 이코노미(gig economy)’는 후자에 속한다. ‘긱 이코노미’는 “산업 현장에서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ㆍ임시직ㆍ일용직 따위를 필요에 따라 고용하는 경제 형태”(우리말샘)를 뜻한다. 그런데 ‘긱’이라는 단어가 사뭇 낯설다. 일상에서 쉽게 접해..

“섬세한 한국말이 좋아요.” 베트남 유학생이 본 한국말

최근 코로나19로 감소했던 국내 유학생 수가 다시 늘면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 기준 외국인 유학생 수는 16만 6,892명으로 역대 최대다. 케이팝 등 한류의 인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외국인 유학생 비중도 늘었다. 특히 베트남 유학생 비중은 2018년 19%에서 지난해 22.7%로 늘었다. 이는 한류의 인기와 베트남에 있는 한국 기업 취업에 한국 유학 경험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유학생 중 한류가 좋아 베트남에서 유학을 왔다는 명지대학교 쯔엉투이중 학생을 만나 한국어를 공부하며 느낀 점을 들어보았다. - 질문: 자기소개와 한국으로 유학 온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 답변: 안녕하세요? 저는 베트남에서 온 28살 유학생 쯔엉투이중이고, 명지대..

‘퍼스널 컬러’ 진단 말고 ‘맞춤 색상’ 진단 어떤가요?

최근 스포츠 연예 전문지에 한 아이돌 그룹 가수들이 개인 방송에서 했던 말이 실렸다. “팬들이 자신들의 ‘톤’을 갖고 토론을 하는데, 이제는 자신들의 퍼스널 컬러를 정리할 때가 되었다”라는 것이다. 가수의 팬들에게 ‘토론 거리’가 될 정도로 요즘 젊은 세대가 관심을 두는 게 이른바 ‘퍼스널 컬러(personal color)’다. “개인이 가진 신체의 색과 어울리는 색”을 일컫는 용어로, 사전을 보면 “사용자에게 생기가 돌고 활기차 보이도록 연출하는 이미지 관리 따위에 효과적”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사실 ‘퍼스널 컬러’는 피부색과 머리카락 색깔이 다양한 다인종 국가에서나 관심을 가질 법한 분야이지만, 일찍이 일본 패션계에서 이를 산업화했고 이후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다. ‘퍼스널 컬러’라는 용어가 우리..

마음을 모으는 스포츠, 언어도 모을 순 없을까?

지난달 23일, 중국에서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개최되었다. 대한민국은 현재까지 종합 3위의 성적을 거두며 여러 종목에서 수많은 메달을 거머쥐었다. 사람들은 나라를 함께 응원하며 서로가 이어져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스포츠로 하나가 되는 귀중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중국에서 열리기에, 우리나라의 대다수 사람은 생중계 혹은 뉴스 보도를 통해 경기를 접한다. 경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중계나 보도에서 사용되는 스포츠 용어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스포츠 용어에는 영어 표현이 상당히 많아서 이해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출처: 연합뉴스 ‘양궁 최강’이라 불리는 한국은 수식어에 걸맞게 여자 양궁 단체전 7연패를 달성했다. 임시현, 안산, 최미선으로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