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를 가장 걱정하는 국제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오늘 태어난 아기가 초등학생이 되는 2030~2035년 사이에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과학자들이 예상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해수면은 26~77cm정도 상승할 것이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바닷가 저지대의 곡물 생산 지역이 물에 잠겨 식량위기가 예상된다. 지구가 더워지면 강한 가뭄이 발생하여 사막지대가 늘어나고 산불이 더 자주 나타날 것이다. 더욱 강해진 태풍이 해마다 나타나 홍수 피해가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 탄소 발생을 줄이자는 운동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를 구하기 위하여, 달리 말하면 인류가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반영하여 2023년 기준으로 128개 국가가 탄소 발생을 줄이겠다고 선언하였다. 지구촌의 거의 모든 나라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고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 가운데서 공항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표1>은 한 사람을 1km 이동시킬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교통수단에 따라서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고 있다.
▲ <표1> 교통수단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위 표를 보면 자동차나 버스로 갈 수 있는 단거리를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은 가장 에너지를 낭비하며 온실가스를 많이 발생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육지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한다면 가장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는 탄소 배출 감축을 목표로 단거리 국내선 항공편 운항을 금지하는 법안을 2023년 5월에 통과시켰다. 프랑스 내에서 이동할 때, 기차로 2시간 30분(15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단거리는 비행기 운행을 금지하는 이 법에 대해 프랑스 교통장관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필수적인 단계이자 강력한 상징”이라고 말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파리 오를리 공항에서 보르도, 낭트, 리옹을 연결하는 3개 노선의 항공편이 중단되었다.
이 법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KTX 기차를 타면 2시간 4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제주도를 뺀 전 지역에서 국내선 비행기 운행이 금지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운영 중인 공항이 15개 있는데, 그 가운데 10개는 만성 적자 운행 중이다.
▲ 지방 공항의 적자 현황, 자료: 2017년~2022년 6월 누적 당기 순이익, 한국공항공사
가장 적자 폭이 큰 무안 공항은 김대중 정부의 실세이며 이 지역 출신인 한화갑 국회의원이 추진하여 일명 ‘한화갑 공항’으로 불린다. 2007년에 국제공항으로 문을 열고 목포공항을 흡수하였다. 개항 이래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로 국제선 운항이 끊기고 국내선도 1개 노선에 불과해 유령공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무안 공항이 광주공항을 흡수하면 경제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하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두 번째로 적자가 큰 양양공항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 15대 총선을 앞두고 1995년 말에 건설계획이 확정되어 일명 ‘김영삼 공항’으로 불린다. 3,500억 원의 국비를 들여 2002년에 문을 연 양양공항은 인구가 적은 영동지역에서 만성 적자에 시달렸다. 결국 2023년 5월에 유일한 노선이었던 양양-제주 노선이 중단되면서 개점휴업 상태로 들어가고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적자에 허덕이다가 폐쇄된 공항도 있다. 예천공항은 1975년 공군 비행장으로 시작하였는데 1989년에 공항 청사를 만들고 아시아나 항공이 김포-예천 노선에 취항하면서 민간 공항으로 변신했다. 이때 이 지역 출신으로서 12.12 쿠데타 세력이며 4성 장군에 중앙정보부장까지 했던 유학성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이 있으며 ‘유학성 공항’으로도 불린다. 예천공항은 적자를 계속하다가 2006년에 폐쇄되고 공군비행장으로 되돌아갔다.
항공 수요가 없어 건설하고도 개항을 포기한 공항도 있다. 울진공항은 2003년 개항을 목표로 1,300억 원을 들여 건설되었으나 여객이 없어 개항을 포기하고 2010년부터 공군 비행교육훈련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지역 출신이며 국회의원을 하고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중권 씨가 공항을 추진하였기 때문에 일명 ‘김중권 공항’으로 불렀다.
건설하다가 그만둔 공항도 있다. 김제 공항은 1999년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2005년까지 480억 원이 투입되었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 결과 “수요가 과다 예측되었다”라는 이유로 공사가 중단되고 2008년에 공항 건설계획이 취소되었다. 한동안 주민들은 공항 터를 빌려 배추와 고구마 농사를 지었다.
적자 공항의 손실은 한국항공공사가 흑자를 내는 4개 공항 곧 인천, 제주, 김해, 김포 공항을 운영해 번 돈으로 메꾸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지방 공항이 적자의 수렁에 빠져있는데도,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신공항이 9곳이나 된다.
①경기남부공항, ②울릉공항, ③흑산공항, ④백령공항, ⑤제주 제2공항, ⑥새만금 신공항, ⑦대구공항 이전, ⑧가덕도 신공항, ⑨충남 서산공항
일단 공항을 만들어 놓으면 수요가 생긴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라 전체 인구가 줄고 지방 인구는 더욱 빠르게 줄어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고속도로와 고속철도가 그물망처럼 발달해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되었는데도 공항이 추가로 필요할지 의문이다. 오히려 적자 공항을 과감히 통폐합할 필요성이 더 크다고 본다.
단거리 비행은 자동차나 기차에 비해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는 여행 수단이다. 정치인이 경제성을 무시하고 정치 논리로 지방 공항을 건설하려는 정책은 탄소 중립을 위해서라도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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