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이 비록 낡았더라도 그것을 바르게 정제하려 해야 하고 옷이 비록 거칠더라도 그것을 모두 갖추려 해야 한다.” 이는 선비의 윤리와 행실을 밝힌 《사소절(士小節)》을 쓴 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무(李德懋, 1741~1793)가 한 말입니다. 이를 달리 말한다면 바로 격식을 갖추어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쓰거나 사모관대를 차려입어 옷매무시를 바르게 하라는 “의관정제(衣冠整齊)”가 되겠지요.
실제로 조선 사람들은 의관정제를 모든 일의 근본으로 보았고 그것이 곧 한 사람의 인품을 드러내는 바탕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때 사람들은 갓과 함께 갓을 보관하는 ‘갓집’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했지요. 갓집의 형태는 보통 두 가지인데 하나는 겉모습이 갓과 비슷한 모양으로 만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추형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사진에 보이는 갓집은 덮개가 갓과 비슷하게 만들었는데, 밑바닥은 동그란 모양과 네모, 팔각, 12각형도 있지요.
▲ 선비의 윤리와 행실을 밝힌 이덕무의《사소절(士小節)》, 갓집(오른쪽)
1866년 한국에서 순교한 프랑스인 드브뤼 신부의 글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조선 사람 방에 들어가면 윗자리와 아랫자리가 있는데 처음에는 이것을 구분할 수 없다. 그런데 그것을 구분할 수 있는 비결은 갓을 넣어둔 갓집이 걸린 쪽을 윗자리라고 생각하면 큰 실수가 없다. 조선 사람은 자기가 가진 어떤 것보다도 모자를 가장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항상 윗자리의 가장 높은 곳에 갓집을 매어 두게 마련이다." 바로 의관정제를 선비의 근본으로 삼았던 풍속을 말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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