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419. 장수 황씨 문중에 전해오는 명주 ‘호산춘’

튼씩이 2016. 11. 3. 19:41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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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11. 3.



“대쵸 볼 불근 골에 밤은 어이 뜯드르며
벼 뷘 그르헤 게는 어이 내리는고
술 닉쟈 체 쟝사 도라가니 아니 먹고 어이리“

이는 황희 정승이 지은 시로 “대추볼이 붉은 골짜기에 밤은 왜 떨어질까? 벼를 베어 낸 그루터기에 게는 어이하여 기어 나와 다니는고? 술이 익었는데 마침 체 팔러 다니는 장수가 오니 (체를 사서) 술을 걸러 먹지 않고 어이 하리.”라는 뜻입니다. 체장사가 지나만 가도 술을 걸러먹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황희 정승은 술을 좋아해서인지 장수 황씨 집안에 내려오는 술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호산춘이 그것이지요. 호산춘은 명재상 황희 정승의 증손인 황정이 경북 문경시 산북면 대하리에 집성촌을 이뤄 살면서부터 황정을 입향조로 하는 장수 황씨 사정공파 종택에서 전승돼온 가양주입니다.

현재 기능보유자는 권숙자 선생으로 권씨는 19세에 황씨 문중으로 시집와 50년 넘게 호산춘을 빚어왔습니다. 문헌에 ‘춘’자가 들어가는 이름의 술로는 ‘약산춘’, ‘한산춘’, ‘백화춘’ 따위가 있었으나 지금 전해지는 술은 황씨 문중의 호산춘 밖에 없지요. 호산춘은 멥쌀, 찹쌀, 조, 솔잎, 물로 담그고 술이 완성되는 기간은 약 한 달쯤 걸립니다. 이 술은 매우 향기롭고 약간 짠득한 끈기가 있으며, 산북면 대하마을에서 나는 물로 빚어야 그 맛과 향을 살릴 수 있다고 하지요..

옛 얼레빗 (2012-11-06)



2408. 인절미는 시집간 딸에게 주는 입마개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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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경전의 하나인 ≪주례(周禮)≫를 보면 떡 가운데 인절미를 가장 오래 전부터 먹어왔다고 하며, ‘인절미는 찰지면서 쫀득하여 떡의 으뜸으로 여긴다.’라고 합니다. 인절미는 “인병(引餠)”이라는 또 다른 이름도 있는데 그 종류로는 대추인절미, 깨인절미, 쑥인절미, 차조인절미, 동부인절미 같은 것들이 있고, 지방의 독특한 인절미로는 각색차조인절미, 감인절미, 혼인인절미 따위가 있습니다. 인절미로 가장 유명한 지방을 꼽으라면 당연히 황해도 연백인데 계산할 때에 숫자가 맞으면 “연안백천인절미”라고 소리친다고 하지요.

인절미의 이름에 관한 속설을 보면 조선 인조임금이 이괄의 난을 피해 공주 공산성으로 피란을 갔을 때 지었다고 합니다. 임씨라는 농부가 찰떡을 해 임금께 바쳤는데 그 떡 맛이 좋고 처음 먹어보는 것이어서 임금이 “임 서방이 절미한 떡”이라 하여 “임절미”라 한 것이 “인절미”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인절미는 혼례 때 상에 올리거나 사돈댁에 이바지로 보내는 떡입니다. 찰기가 강한 찹쌀떡이기에 신랑신부가 인절미의 찰기처럼 잘 살라는 뜻이 들어있습니다. 또 시집간 딸이 친정에 왔다 돌아갈 때마다 “입마개떡”이라고 하여 크게 만든 인절미를 들려 보내기도 했지요. 이는 시집에서 입을 봉하고 살라는 뜻과 함께 시집 식구에게 비록 내 딸이 잘못한 것이 있더라도 이 떡을 먹고 너그럽게 봐 달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중외일보 1926년 12월 26일 자에 보면 “인절미를 잘 먹으면 몸이 튼튼하여진다,”라고 했습니다. 정말 인절미를 먹으면 몸이 튼튼해지는지 먹어 볼까요?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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