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418. 궁중혼례모습이 그려진 “헌종가례진하도 병풍”

튼씩이 2016. 11. 2. 11:37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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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11. 2.



경기도 용인시 경기도박물관에 가면 보물 제733-2호 “헌종가례진하도 병풍 (憲宗嘉禮陳賀圖 屛風)”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 <헌종가례진하도 병풍>은 8폭 병풍으로 1844년(헌종10)조선조 제24대 임금 헌종(憲宗, 1827~1849, 재위 1834~1849)이 효정왕후(孝定王后)와 가례(嘉禮)를 치른 뒤 진하(進賀,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에 벼슬아치들이 조정에 모여 임금에게 축하를 올리던 일) 장면을 그린 궁중기록화입니다. 8살에 즉위한 헌종은 정비였던 효현왕후 김씨(孝顯王后金氏, 1828~1843)가 죽자 이듬해 10월 18일 홍재룡의 딸을 계비 효정왕후로 책봉하였지요.

<헌종가례진하도병풍>은 모두 8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제2첩에서 7첩까지 여섯 폭에는 창덕궁 인정전을 배경으로 한 진하례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 병풍 그림을 보면 창덕궁 인정전을 비롯한 크고 작은 전각이 산수, 나무, 사람과 말들과 함께 호화롭게 묘사된 가운데, 문무백관들이 질서정연하게 집결되어 있지요. 임금과 나라를 상징하는 의장이 총동원된 진하 장면은 조선왕실문화의 위엄과 화려한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해 주고 있습니다.

<헌종가례진하도병풍>과 같은 내용의 그림이 동아대학교박물관(보물 제733호)과 국립중앙박물관에도 각각 1점씩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들 세 병풍은 밑그림에서 약간 씩 차이를 보이며, 각종 의장물이나 인물의 옷들과 등장인물들의 숫자도 다르지만 전체적인 표현 양식은 거의 같아서 그린 때는 비슷한 무렵으로 생각됩니다. 경기도박물관 소장 <헌종가례계진하도병풍>은 167년 전의 궁중혼례모습을 생생하게 엿 볼 수 있는 귀중한 역사자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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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있는 일본이야기 374 >

시대를 풍자하는 정형시 “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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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시는 일본 문학의 한 장르인 센류(川柳)로 센류란 5.7.5조의 일본시를 말한다. 5.7.5조란 일본어를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한국어로 번역했을 때는 5.7.5가 지니는 리듬과 맞지 않아 센류의 맛을 느끼기는 쉽지 않으나 대강의 뜻은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센류는 에도시대(1603~1867)에 생겨난 것으로 지금의 도쿄를 중심으로 유행한 정형시다. 우리나라의 시조처럼 일본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센류는 가라이 센류(柄井川柳)라는 작가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 내용은 풍자성이 짙은 것들로 이뤄졌다.

“살 빼야지 이거 먹고 나서 빼야지(やせてやる コレ食べてから やせてやる)”와 같은 센류는 거의 일본사람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시다. 이는 음식을 앞에 놓고 다이어트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금부터’가 아니라 ‘이것까지 먹고 다음번부터’라는 식으로 다음번 음식을 앞에 두고는 또 역시 ‘다음부터’라고 말하는 사람들, 곧 의지가 약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다이어트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딱한(?) 마음이 들어 있는 내용이다.

센류는 짧지만 시사하는 내용이 때로는 해학적이며 사회의 이슈나, 현대인들의 고민 따위 등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많다. 그러다보니 제일생명 같은 곳에서는 ‘샐러리맨 센류’라고해서 1987년부터 공모작으로 작품을 뽑아 상금도 두둑이 주는 행사를 하고 있을 정도로 사회적 호응이 크다.

한편 센류(川柳)와 같은 5.7.5조의 정형시로는 하이쿠(俳句)도 있는데 센류와 하이쿠의 큰차이는 하이쿠에 키고(季語)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센류가 시대를 풍자하는 시라면 하이쿠는 약간 성격을 달리하여 자연을 노래하는 시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어쨌거나 센류나, 하이쿠는 5.7.5. 곧 17문자로 나타내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정형시로 알려져 있다.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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