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420. 단순한 무늬가 돋보이는 <청자 철화 버드나무 무늬 병>

튼씩이 2016. 11. 6. 15:44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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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11. 4.



청자 종류에는 철회청자(鐵繪靑磁)도 있는데 회고려(繪高麗)화청자(繪靑磁)라고도 부릅니다. 이 철회청자는 순청자(純靑磁)에 철분물감으로 무늬를 나타낸 청자입니다. 그 철회청자 가운데 눈에 띄는 것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국보 제113호 <청자 철화 버드나무 무늬 병>이 있습니다. 높이 31.6㎝인 이 병은 전체적으로 선의 변화가 거의 없는 직선적이고 단순한 모양이지만, 어깨 부분은 적당히 깎아내어 비스듬한 모습으로 형태상의 단조로움을 덜어냈지요.

대체로 무늬를 작품 가득히 표현하는 보통의 철회청자와는 달리, <청자 철화 버드나무 무늬 병>은 몸체 양면에 한 그루씩의 버드나무를 그렸을 뿐, 일체의 꾸밈이 생략되었습니다. 대담하게 단순화된 버드나무의 간결한 표현에서 운치 있고 세련된 감각이 엿보인다는 평가입니다.

그림은 갈색을 띠고 있으나, 한쪽 면의 버드나무 아랫부분과 다른 면의 버드나무 배경부분은 1,000℃ 이상에서 불완전연소를 한 탓에 담담한 푸른빛을 띱니다. 이는 굽는 과정에서 우연히 일어난 결과이지만 더욱 아름다운 느낌을 주고 있지요. 형태상의 적정한 비례와 어깨의 모죽임, 몸체의 자연스러운 선의 흐름, 버드나무의 독창적인 표현 등이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가입니다.

옛 얼레빗 (2012-11-08)



2410. 낭군이 미워서 두드렸을 다듬이 - 그때를 아십니까(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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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어느 집이나 다듬잇돌과 다듬이방망이가 있었습니다. 하얀 홑청이 적당히 마르면 얌전히 접어서 다듬잇돌 위에 얹고 두드립니다. 고된 시집살이를 하던 아낙들은 어쩌면 마음을 몰라주는 낭군이 미워서 두드렸을 지도 모릅니다. 다듬질 할 때는 혼자 또는 다듬이를 가운데 두고 두 사람이 양쪽에 앉아서 합니다. 둘이서 할 때는 주로 모녀(母女)나 고부(姑婦) 또는 동서(同壻)끼리 방망이가 부딪히지 않도록 서로 호흡을 잘 맞춰서 했지요.

다듬잇돌은 옷감이불감 등의 천을 다듬을 때에 밑에 받치는 살림도구로 화강암납석대리석 따위로 만들며, 박달나무느티나무 같은 단단한 나무로도 만듭니다. 두꺼운 직사각형 모양으로, 크기는 보통 길이 60cm, 높이 20cm, 너비 30cm가량입니다. 윗면은 반들반들하게 하고 밑면보다는 약간 넓습니다. 밑면의 양쪽에는 손을 넣어서 들어 옮길 수 있도록 홈을 팠구요. 다듬이 도구에는 다듬잇돌과 방망이가 한 틀이 되며, 방망이는 두개가 한 틀입니다.

명절이나 혼사(婚事)가 가까워질 때, 그리고 겨울옷을 마련 할 때면 집집마다 다듬이질 소리가 밤새도록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 방망이질 소리는 밤중까지 소리가 들려도 이웃에서 시비를 걸지 않았지요. 특히 옛 사람들은 아기 우는 소리, 글 읽는 소리와 더불어 다듬이질 소리는 삼희성(三喜聲)이라 하여 아무리 심해도 탓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집안에 이러한 소리가 그치면 "망한 집안"이라고 했지요. 아이들은 다듬잇돌 위에 앉으면 엄마가 죽는다고 겁을 주는 어른들의 말에 감히 다듬잇돌에 앉을 엄두는 내지 못했습니다. 차가운 다듬잇돌에 앉거나 베면 몸이 차가워져 좋지 않다는 생각을 했을 조상의 슬기로움이 아닐까요? 이제 추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다듬이질 소리 새삼 그리워집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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