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는 ‘날틀’이란 말이 있었습니다. 일본 역사서인 《왜사기》에도 전라도 김제의 정평구라는 사람이 비거 곧 날틀을 발명하여 진주성 전투에서 썼는데 왜군들이 큰 곤욕을 치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당시 날틀은 지금으로 말하면 무인기라고 생각되는데 포위된 진주성과 외부와의 연락을 담당한 이 ‘날틀’은 마치 해일처럼 밀려오는 10만의 왜적 앞에서 진주성 사람들에게 희망 그것이었을 것이라고 장편역사소설 《진주성전쟁기》를 쓴 박상하 작가는 말합니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뒤 으뜸 한글학자였던 외솔 최현배 선생은 비행기를 “날틀‘이라고 해서 국수주의라고 비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예전 솜틀, 재봉틀처럼 기계를 ’틀‘이라 했고, 조선시대 이미 ’날틀‘이란 말이 쓰였음을 생각할 때 최현배 선생이 꼭 국수주의로 비판을 받아야 했는지 의문입니다. 굳이 날틀 우대신 비행기라는 한자말을 써야만 유식한 것일까요?
▲ ‘스마트폰’ 대신에 ‘슬기말틀’이라고 쓰면 어떨까?(출처, 안랩)
나라 밖에서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면 그 문물이 생긴 나라의 말을 쓰기보다는 우리에게 맞는 말을 만들어 써도 좋을 것입니다. <우리문화신문>은 ’스마트폰‘을 ’슬기말틀‘이라고 부릅니다. 중국 북경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그곳에서 오랫동안 교수를 지낸 국제복역학회 라석 손병철 회장은 이 말을 듣고 ”중국은 컴퓨터를 ’電腦(전뇌)‘, 텔레비전을 ’電視(전시)‘, 라디오를 ’수음기(收音機)’라고 쓰는데 우리도 주체적으로 배우고 써야 한다.“라면서 ‘슬기말틀’에 손뼉을 쳐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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