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4년(헌종 10) 한산거사(漢山居士)가 지은 창작가사 <한양가(漢陽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산거사가 누구인지는 잘 모릅니다. 형식은 4음보 1행을 기준으로 모두 704행인데 조선 왕도인 한양의 문물제도와 풍속 그리고 왕실에서 능(陵)에 나들이하는 광경 등을 노래한 것입니다. 같은 이름이지만, 내용이 다른 이본이 많은데, 조선 도읍지 한양을 노래한 이 작품을 ‘향토한양가(鄕土漢陽歌)’라 하며, ‘한양태평가(漢陽太平歌)’ 또는 ‘한양풍물가(漢陽風物歌)’라고도 하는 이본들도 있습니다.
▲ <한양가> 목판본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한양가>는 한양의 문물을 노래한 것답게 백성의 삶이 집약되어 있는 시장 풍경을 신명나게 읊고 있습니다. “칠패의 생어전에 각색 생선 다 있구나. 민어, 석어, 석수어며, 도미, 준치, 고도어며, 낙지, 소라, 오적어(오징어)며, 조개, 새우, 전어로다. 남문 안 큰 모전에 각색 실과 다 있구나. 청실뇌, 황실뇌, 전시, 홍시, 조홍시며, 밤, 대추, 잣, 호도며 포도, 경도, 오얏이며, 석류, 유자, 복숭아며, 용안, 협지, 당재추로다. 상미전 좌우 가게 십년지량을 쌓았어라. 하미, 중미, 극상미며, 찹쌀, 좁쌀, 기장쌀과 녹두, 청태, 적도, 팥과 마태, 중태, 기름태로다.”
온갖 생선 이름과 과일ㆍ곡식 이름이 다 등장합니다. “팔로를 통하였고, 연경, 일본 닿았구나”라고 노래하여 국제무역으로까지 뻗었던 한양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또 가사는 아니지만 한양가처럼 한양에 관해서 펴낸 책으로는 정조 때의 실학자 유득공(柳得恭)이 한양의 풍속을 쓴 《경도잡지(京都雜志)》와 역시 정조 때 유본예((柳本藝)가 한성의 역사와 모습을 자세히 기록한 지방지 《한경지략(漢京識略)》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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