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녹조 독소가 낙동강 주민 콧속에서 검출되다

튼씩이 2025. 2. 14. 20:42

2011년 10월 30일, 4대강 사업 준공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행사가 경기도 여주시 이포보에서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안전하고 행복한 강을 국민에게 돌려 드렸다”라고 자축했다. 준공식 이후 1년도 지나지 않은 2012년 7월 낙동강과 금강에서 녹조가 관찰되었다. 특히 낙동강에서 발생한 녹조는 상류 상주보에서 하류 창원 본포교까지 전 구간에 걸쳐 녹조가 발생하여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녹조는 수온이 높은 여름만 되면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 4대강 담수 첫해인 2012년 여름 발생한 함안보 녹조. (출처: 대구환경운동연합)

 

▲ 2024년 여름 낙동강 칠서취수장 앞이 녹조로 뒤덮혀 있다. (출처: 대구환경운동연합)

 

녹조에서 발견되는 남세균을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라고 부른다. 남세균이 죽거나 파괴될 때 나오는 독성물질이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맹독성 물질로서 독약의 대명사인 청산가리보다 100배 이상 독성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인에게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 독소’라고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매우 안정적인 물질로서 물을 100도로 끓여도 사라지지 않고 300도 이상이 되어야 분해된다고 한다.

 

2021년 부경대 이승준 교수와 창원대 김태형 교수의 공동 연구에서 낙동강 녹조 발생지역의 공기에서 에어로졸(액체 상태의 작은 입자) 형태로 녹조 독소가 검출되었다고 발표하였다. 환경단체는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환경부에 공동 조사를 제안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공동조사를 거부하고 충북대 조영철 교수에게 녹조 에어로졸 조사 연구를 맡겼다. 조영철 교수는 2년 동안의 연구 결과를 2024년 3월 22일 국립환경과학원이 주최한 국제심포지움에서 “낙동강과 금강의 녹조 에어로졸을 포집해 분석한 결과 독소가 검출한계 미만(불검출)으로 측정되었다”라고 발표했다.

 

▲ 낙동강 주변 논의 녹조

 

이승준 교수 연구진의 후속 연구에 따르면 낙동강 물로 재배한 상추(2021년 10월), 무와 배추(2022년 2월), 쌀(2022년 3월)과 같은 농작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소량 검출되었다. 심지어는 낙동강 유역에 있는 가정집과 식당의 수돗물(2022년 7월)에서도 녹조 독소가 검출되었다. 그러나 환경부에서는 “대구 수질연구소 검사에서는 녹조 독소가 불검출로 나왔다. 수돗물은 안전하다.”라고 발표했다.

 

환경부에서는 2013년부터 마이크로시스틴을 먹는 물 수질 감시 항목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는데, 고도 정수 처리를 하면 독소를 99.8% 제거할 수 있다고 발표하였다. 정수 처리를 한 수돗물은 안전할지라도 녹조 강물로 재배한 농작물과 낙동강 주변의 공기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되었다는 것은 보건 측면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녹조 독소의 이동 경로가 어떠하든지 지금까지 녹조 독소가 인체에서는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녹조 논란은 말 그대로 논란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나 2024년에 인체에서 녹조 독소가 발견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2024년 10월 7일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낙동강 가까이 있는 어민과 농민 그리고 환경단체 활동가를 조사한 결과 인체 안에서 독성 녹조인 남세균 유전자가 확인되었다. 독소 유전자가 발견되기는 했지만, 녹조 독소 자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주민들이 독소를 호흡으로 흡입하고 있을 가능성은 입증된 셈이다. 조사에 참여한 김동은 교수는 “우리가 하루 종일 물을 마시는 양이 2리터라면 호흡을 통해 들이마시는 공기의 양은 무려 1만 리터가 넘는다”라면서 녹조 에어로졸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2월 3일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 그리고 지역시민운동단체인 낙동강네트워크를 포함하는 3개 단체는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든 언론은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에 몰두하고 있어서 기자회견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보수 언론에서는 기자회견을 보도하지 않았고, 방송사와 일부 언론에서는 단신으로 보도하였다. 그러나 오마이뉴스만은 상세히 보도하였다.

 

기자회견의 제목은 “사람 콧속 독소 유해 남세균 독소 검출 기자회견”이었다. 이날 발표한 내용은 2024년 10월에 사람 콧속에서 녹조 독소 유전자가 검출되었다는 것을 발표한 이후 계속된 면밀한 조사에서 녹조 독소 자체가 콧속에서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공기 중 녹조 독소가 비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연구 결과를 보면, 대구와 고령, 창녕 등 낙동강 주요 녹조 발생 지역 2km 이내 거주민과 어민, 농민 등 97명을 조사한 결과 46명(47.4%)의 콧속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대표적인 녹조 독소로서 신경계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대구 지역은 조사 대상자 12명 중 무려 10명에게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었다."

 

연구를 총괄한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김동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녹조 독소가 코로 들어오게 되면 우선 알레르기 비염이나 기관지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이 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은 그 증상이 훨씬 악화될 수 있다. 코나 기도의 점막은 사실 우리 몸에 면역을 담당하는 최일선의 방어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녹조 독소가 코나 기도로 들어와서 점막이 파괴되게 되면 그 녹조 독소가 혈관을 통해서 온몸으로 퍼질 수 있어서 정말 걱정이 많이 되는 그런 상황이다.”

 

환경운동연합 강찬수 공동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녹조 독소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수질 문제가 아니라 거대한 환경보건문제가 되었다. 가습기 살균제처럼 환경보건문제로 확대된 것 같다. 환경부에서는 답을 해야 된다. 해결책을 찾아야 된다.”

 

현장 활동가로서 지난 30년 동안 낙동강을 지켜봐 온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집행위원장은 실험 조사 대상을 자원했었다. 낙동강 주민인 임희자 위원장은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호소했다.

“저도 낙동강 주변에 살고 있고, 제 콧속에서도 녹조 독이 나왔다. 낙동강 주변은 사람이 사는 곳이다. 아이들도 태어난다. 그런데 이런 위험한 곳에서 어떻게 아이를 키우나. 이제 정말 활동하기 두렵기까지 하다. 제발 국회가 나서달라”

 

주무 부처인 환경부에서는 즉각 환경단체 발표를 반박하는 보도 자료를 냈다. 보도 자료에서 환경부는 “그간 공기 중 조류(藻類) 독소는 불검출되었다. 인체 비강 내 조류독소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이번 환경단체 조사 결과를 검토하여 민ㆍ관ㆍ학 합동으로 공동 조사하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우 소극적이며 급할 필요가 없다라는 느낌을 주는 한가한 반응이었다.

 

녹조는 해마다 여름에 반복된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 주민들은 멀리 낙동강에서 녹조가 발생한다는 사실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녹조는 낙동강 주민의 문제다. 혹자는 왜 수도권을 통과하는 한강에서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지 궁금할 것이다.

 

한강에 있는 보는 모두 3개인데 규모가 작아서 충주댐에서 팔당댐까지 강물의 체류시간이 4대강 사업 이전에 비해 1.11배 증가하였다. 그러나 낙동강에는 대형 보를 8개나 막아서 상류 안동댐에서 하구언까지 강물의 체류시간이 5배 이상 늘어나 녹조가 번창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 것이다.

 

낙동강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12년 동안 녹조에 노출되어 왔다. 앞으로도 해마다 녹조는 계속되고 주민들의 호흡기 질환은 더 빈번해질 것이다. 미국 마이애미 의대의 그레이스 자이 교수는 녹조 에어로졸을 ‘조용한 살인자’로 불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녹조는 수온이 높아지는 여름에 발생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올여름은 지난해보다 더 뜨거운 여름이 될 것이다. 낙동강 유역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탄핵보다는 녹조 독소가 코로 들어온다는 사실이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

 

▲ 2024년 8월 경북 달성 지역 낙동강 수면이 주변 풀밭의 색깔과 흡사한 짙은 녹조로 덮여 있다. (출처: 대구환경운동연합)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