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진주만’은 원래 이름 ‘펄하버’로 불러야

튼씩이 2025. 2. 14. 20:45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1년 12월 7일 하와이 ‘진주만’을 공격하여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일본식 지명 ‘진주만’이란 이름을 아무 비판 없이 쓰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그 개선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미국 하와이 펄하버 국립기념관(Pearl Harbor National Memorial)을 찾아 둘러보면서, 이곳 지명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본래 이 지역은 진주조개가 많이 잡히던 곳이라, 원주민들은 “진주조개를 잡던 곳”이라는 의미의 와이모이(Wai Moi)라 불렀다. 따라서 이 지역을 가리킬 때는 원어의 의미와 발음을 존중하여 펄하버(Pearl Harbor) 또는 와이모이라고 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 파괴된 오클라호마호 1942년(왼쪽), 전시된 잠수함

 

▲ 펄하버 항구 지도

 

외래어 지명은 통상적으로 현지에서 사용하는 원음을 존중하여 표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일반적으로 "해(海)", "만(灣)", "바다", "산맥(山脈)", "산(山)", "사막(沙漠)", "역(驛)" 등과 같은 지형지물 이름은 원어 뒤에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표기하며, 고유한 지명 자체를 번역하거나 해설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교육부와 외교부 등 공공기관에서는 펄하버(Pearl Harbor)를 일본식 번역인 진주만(眞珠灣)으로 쓰고 있다. 이는 마치 다른 나라 서울 이름을 부를 때, 북경(北京)을 베이징, 동경(東京)을 도쿄로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고유 지명은 그 원어 발음을 최대한 살려 표기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이며, 특히 역사성과 고유성을 존중해야 한다.

 

[진주만 표기 개선 제안]

1. 일본군 진주만 공격 (×) : 일본 침략을 미화하는 듯한 인상을 줌

2. 일본군 미국 하와이 펄하버 공격 (○) : 정확한 지명과 위치를 명시

3. 일본군 미국 오아우섬 펄하버 공격 (○) : 구체적인 지리 정보 제공

따라서, 원어 발음대로 펄하버(Pearl Harbor)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정확하며, 이는 하와이 현지에서 사용하는 지명이다.

 

[지명 변경의 당위성]

1) 진주만(眞珠灣)이라는 이름은 단순히 일본식 번역을 넘어서, 역사적으로 민감한 뜻을 담고 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1년 12월 7일, 펄하버(Pearl Harbor)에 주둔하고 있던 미국 태평양 함대 모항을 기습 공격했다. 이 기습으로 인해 애리조나호를 포함한 전함 5척이 격침되고, 200여 대의 비행기가 파괴되었으며, 2,400여 명의 사망자와 1,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 펄하버 국립기념관에 전시된 군함

 

2) 진주만(眞珠灣)이라는 이름이 마치 일본의 침략 전쟁을 미화하려는 의도에서 사용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원래의 땅이름인 ‘펄하버(Pearl Harbor)’는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하는 데 더 적합한 이름이다.

 

[표준국어대사전 정의]

1. 정의: 진주만(眞珠灣) 명사. 지명. 미국 하와이주, 하와이 제도(諸島)의 오아후(Oahu)섬에 있는 만. 일본의 기습으로 태평양 전쟁이 시작된 곳으로 유명하다. 《표준국어대사전》

2. 해석: 국어사전에도 진주만이라는 올림말이 있지만, 이는 이미 널리 사용되는 잘못된 표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진주만 사용 사례]

1. 사례: 주호놀룰루 총영사관 누리집 내용 가운데 (진주만 사적지) USS 전함 애리조나 기념관 https://usa-honolulu.mofa.go.kr (주호놀룰루 총영사관 누리집)

2. 결론: ‘진주만’ 이름 사용 사례는 총영사관과 같은 공공기관에서 계속 사용하는 것은, 결국 ‘잘못된 표기’가 공식적으로 굳어지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공공기관부터 솔선수범하여 ‘펄하버’ 또는 ‘와이모이’로 이름을 바꾸고, 대국민 홍보를 통해 올바른 이름을 쓰도록 해야 한다.

 

▲ 펄하버 국립기념관

 

[도산 안창호(島山 安昌浩) 선생과 하와이]

1902년 도산이 24살 때 이혜련과 결혼한 다음 날 11월 4일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인천항을 출발, 일본 도쿄에서 1주일을 머문 뒤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뱃길에서 해넘이 중에 망망대해 우뚝 솟은 하와이섬의 웅장한 모습을 보고 감격한 도산은 이때 자신의 호를 ‘도산(島山)'이라 하였다.

 

[미국의 한자 표기 ’美國과 米國‘ 무엇이 맞을까?]

미국의 나라 이름에 쓰이는 ’美‘자는 '아름다운 나라'라는 뜻이 아니라, '아메리카'의 음차 표기이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아메리카를 표기할 때 한자를 빌려와 나라에 따라 아묵리가(亞墨利加), 미리가(美理哥), 아미리가(亞美里加), 미리견(美利堅ㆍ利堅ㆍ米利堅) 등 여러 가지로 표기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미국(美國)으로 하였다. 참고로 중국, 대만에서는 '美'가 '메이'로 발음되는 '美'로 쓰고, 일본에서는 '米'의 훈독인 '고메'의 '-메'를 취하여 미국을 米國으로 써서 ’메이코쿠‘라고 읽는다. 따라서 "美國과 米國“은 맞고 틀리고가 아니며 우리로서는 그저 한글로 ’미국‘이라고 쓰면 될 일이다.

 

[안동립 2016년 1월 하와이 여행기 기사 보기]

https://www.koya-culture.com/news/article.html?no=102548

 

▲ 펄하버 국립기념관 진입로(왼쪽), 와이키키해변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